개학 이틀 전 버클리에 돌아와 지하철에서 내리자, 2년 전 처음 신입생으로 이곳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대도시인 서울과 프랑크푸르트에 살다 와서인지 버클리는 한없이 시골처럼 느껴졌다.
허름한 건물들과 거리에 누워있는 수많은 노숙자 그리고 주변에 쇼핑몰 하나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캠퍼스. 솔직히 실망스러운 풍경이었다. 같이 와준 엄마는 다시 돌아가는 날 이런 곳에 나를 두고 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으셨는지 자꾸 뒤돌아 보셨다.
버클리의 낯선 첫인상만큼 익숙하지 않은 것은 기숙사 생활이었다. 캠퍼스의 북쪽 끝 산자락에 위치한 ‘풋힐’의 2층에 위치한 2인실이 앞으로 일 년 동안 살게 된 새로운 보금자리였다.
19년을 가족과 함께 살다 그것도 처음 와본 미국에서 살려니 쉽지가 않았다. 달러의 헷갈리는 동전들부터 시작해 어디서 장을 보고, 빨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든 것이 서툴고 혼란스러웠다. 부모님의 보살핌 속에서 얼마나 편하게 지내왔었는지 깨닫는 순간, 동시에 앞으로는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걱정이 엄습했다.
하지만 죽으라는 법은 없다고, 이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의 정착과 적응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은 바로 내 룸메이트와 기숙사 같은 층을 쓰게 된 친구들이었다. 어리버리한 외국인이 답답할 만도 한데 하나하나 친절히 알려주고 먼저 신경 써 주었다.
여기저기 같이 다니다 보니 버클리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첫인상과 달리 구석구석 볼거리도 많고 이곳 특유의 매력이 있는 활기찬 곳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이때뿐만이 아니라 돌이켜보니 막막할 때마다 내 옆에서 도움을 손길을 내준 주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이 때문에 나는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다. 아무리 독립적이어도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많이 의존하고 도움을 많이 받은 만큼에 비해 나는 다른 이들에게 그만큼 주지 못하고 고마움도 표현 못 한 것 같다. 이제는 속으로만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늦기 전에 잘해주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사랑한다 말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길 바라며 더욱 더 ‘사회적 동물’이 돼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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