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추석은 풍요로움이요 만남의 기쁨이었다.
몇 달을 손꼽아 기다려온 설레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친지들과 함께하는 기쁨, 다양한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만으로 행복했었다. 넉넉지 않던 시절에 명절만큼 호사를 누릴 기회는 없었다. 아무런 걱정도 아무런 슬픔도 없는 오로지 기쁨과 배부름의 시간들이었다.
부모님 곁을 떠나 결혼과 동시에 시작된 타향살이의 추석은 사뭇 다른 명절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시댁의 가풍에 적응하랴, 초보 주부로써 온가족 먹을 음식을 만들고 차리고 치우는 일이 반복되면서 보람도 있지만 너무 과중한 일들로 몸은 지치고 친정은 생각뿐인, 시댁이 전부인 명절이었다. 그래도 나 스스로 대견하단 생각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아이들이 생기고 엄마로 주부로 나이가 들수록 명절은 짧은 연휴에 얇은 지갑으로 며느리로써 해야 하는 도리들이 심리적인 부담감마저 생겼다. 시세말로 ‘명절증후군’이란 말이 나를 옥죄곤 했다. 이렇게 십여 년을 지내다 보니 가끔 혼자이고 싶고 외로움도 나에겐 사치가 되었다. 벗어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대책 없이.
하지만 이역만리에서 그 모든 상황에서 멀어져 가족들과 떨어져 맞는 추석명절은 이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채워진다. 가족이란 든든한 울타리이자 버팀목을 벗어나 울타리 없는 자유가 시간이 지나감에 처음과 다르게 내게 회한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There is no place like home".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분모 때문이겠지.
가족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항상 서로를 보호해주고 또한 작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다. 비록 지금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우리 가족모두에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반가움으로 배부름으로 꽉 찼던 어린 시절 한가위만큼만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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