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대한 기운 느껴지는 영성의 안식처
▶ 1892년부터 시공이후 120여년 지난 지금까지도 미완성
■ 영성의 안식처
‘ 일종의 언덕 섬’으로 알려진 맨하탄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퍼 웨스트 일대는 하이츠라는 지명이 다수를 차지할 만큼 남다른 고도를 자랑한다. 이중 센트럴팍 북서쪽 110번가에서 125번가 할렘에 이르는 지역을 ‘모닝사이드 하이츠(Morning Side Heights)’라 칭한다.
인근 컬럼비아대를 비롯해 버나드 여대, 맨하탄 음대 등 유수의 교육기관이 자리하며, 동남부에는 모닝사이드팍(Morning Side Park)이라는 공원까지 들어서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교육과 휴식을 안겨주는 편안함에, 이번에는 영성의 안식처까지 더해져 그 의미를 더 한다.
■ 세계 최대의 고딕 양식 성당을 목표로
모닝사이드팍을 등지고 암스테르담 애비뉴 정면을 바라보면 거대한 종교 건물이 하나 서있다. 영국 국교회의 흐름을 이어받은 미 성공회파 사원으로 알려진 ‘세인트 존 디바인 성당(Cathedral of St. John Divine)’이다. 거대한 첨탑과 고풍스러운 외관에 더해, 장중한 분위기로 방문객들을 압도한다.
사실 이 성당은 1892년부터 짓기 시작했지만, 아직도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체로 남아있다. 만성적인 재정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아 12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공되지 못한 것이다. 그로 인해 닉네임 역시 ‘미완성의 세인트 존’으로 불린다. 완성되면 ‘세계 최대의 고딕 양식 성당이 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도 그 향후 전망만큼은 불투명할 뿐이다.
■ 평화와 안녕의 바람을 담아
계단을 통해 입구로 들어서자 일단 내부의 화려함에 놀라게 된다. 다양한 종교 양식이 반영된 내부 장식물은 물론, 조각가 헨리 윌슨에 의해 완성된 대형 청동문, 치밀하게 디자인된 조각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여기에 하늘 높이 올라간 천정과, 그곳에서 쏟아지는 장대한 기운은 이곳의 한없는 영성을 그리는 듯하다.
이 성당은 1892년 세인트 존 데이인 12월 27일부터 공사가 시작되었다. 당시 이 건물 건설을 제안한 이가 헨리 코드맨 포터 주교였다. 그는 새로운 영성지를 목표로 삼아 ‘신조, 국적, 사회적 지위를 불문하고 모든 이에게 열린 예배의 집’을 구체화시키려 했다. 이미 건립 전부터 다양한 사회 활동을 펼친 그에게 누구에게나 열린 신앙의 집은 최종 목표였던 셈. 비록 2001년 12월 큰불이 나며 일시 폐쇄되기도 했지만 대대적인 보강 공사 뒤 2008년 11월 재 오픈하며 그 뜻을 이었다.
한편 이 성당 주변을 거닐다보면, 남단에 자리한 장미 정원과 문학 거리에 눈길이 간다. 1985년 건설된 이 정원에는 헨리 소로, 마크 트웨인, 스콧 피츠제럴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문호들의 명언이 새겨져 있음은 물론, 다양한 얼굴이 뒤엉킨 청동조각 ‘평화의 분수대’에서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고 있다. 종교 시설물로서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으나, 그 속에 담긴 ‘평화와 안녕의 바람’ 만큼은 이들의 기원 목표로서 상응하지 않을까 싶다.
<이수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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