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종차별의 벽 넘어 오페라 정상에 서기까지
▶ 바리톤 강주원의 서른셋 인생
2014년 SF오페라 ‘라보엠’에서 주인공 마르첼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강주원씨..
013년 SF독창회에서 혼신의 노래를 하는 강주원씨. 그는 무대 밖에서는 친근하고 무대안에서는 자신의 배역을 훌륭히 소화해내는 음악인이 되고 싶어한다.
촉망받지 못했던 성악도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성공
동양인이란 이유로 거부당했지만 내 목소리 가치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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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아름다움...흠잡을데 없는 완벽한 컨트롤...폭발력있는 엄청난 목소리"로 지난해 SF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라보엠’ 주인공으로 발탁돼 평단의 주목을 받은 강주원(33) 바리톤은 신년부터 공연스케줄로 꽉 차있다. 플로리다 네이플스 오페라단의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 여자는 다 그래, 모차르트) 남자 주인공부터 노스캐롤라이나 오페라단의 ‘라트라비아타’(La Traviata, 베르디) 조르조 제르몽, 스폴레토페스티벌에서 세계초연되는 오페라 ‘파라다이스’(Paradise, 후앙 루오) 등 2015년 10월까지 쉴틈없는 공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오페라계에서 인종차별의 벽을 뚫고 정상에 서기까지 강주원씨의 길지 않은 서른셋 인생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 뒤늦게 성악의 길로
폭넓고 두터운 성량, 드라마틱하고 힘있는 목소리, 연인부터 악역까지 모든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팔색조 음색,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발현해내는 해석력이 돋보인다 등 SF크로니클, SF클래시컬 보이스, 오페라 뉴스, 워싱턴포스트 등이 강주원씨에 대한 호평과 극찬을 쏟아냈다.
호흡 하나, 템포 하나, 손짓 하나까지 디테일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는 최고의 바리톤 보이스로 객석을 빨아들이며 오페라의 정상에서 한인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음악적인 가족 분위기에서 성장한 그는 뒤늦게 고등학교 2년때 성악공부를 시작했다. 그뒤 연세대 성악과에 입학했지만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터라 성적은 하위권을 맴돌았다.
전공교수들이 앞다퉈 선택하는 촉망받는 성악도가 아니었던 그는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다 대학 졸업후 중앙콩클, 광주국제성악콩클에서 우승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스승이었던 유승공 선생(당시 강사, 현재 건국대 교수)의 조언에 힘입어 유학을 결심했지만 모든 여건이 그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당당히 뉴욕 맨해튼 음대에 합격, 외국인으로서 장학금을 받아냈다.
강주원씨는 “2009년 맨해튼 음대 입학 1주일뒤 아들이 태어나 기쁘기도 했지만 가장으로서 부양 책임감에 짓눌렸다”면서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린 유학생활
영어의 벽 앞에서 학업을 쫓아가느라 언감생신 한국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에 공부에 힘겨웠지만 여름방학이 되면 하루 2-3개씩 콩쿨, 서머프로그램 등 오디션을 수없이 봤다. 길이 보이지 않아도 길을 찾아야 했다.
그때 Gerda Lissner 국제콩쿨, Ades competition, 팜비치 국제콩쿨, McCammon voice competition, 메트로폴리탄 콩쿨 등 동부지역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스페인 프란체스코 비냐스 콩쿨, 뉴욕 푸치니 콩쿨, 오페라 인덱스 콩쿨, 뉴저지 베리즈모 콩쿨 등에서 입상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1년 SF오페라단이 젊은 성악가들을 발탁해 양육하는 메롤라(Merola) 프로그램에 합격해 베이지역에 둥지를 틀었다.
30명의 성악가들이 애들러(Adler) 프로그램에 발탁되기 위해 메롤라 프로그램 안에서 경쟁하지만 애들러에 뽑힌 인원은 3-4명이다. 강주원씨가 한인으로서 SF오페라단원이 된 것은 4번째이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서보는 것이 꿈이었던 그가 SF오페라의 화려한 무대에 서리라고는 그 자신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 실력으로 뿌리깊은 편견에 맞서다
그러나 백인들의 예술인 오페라의 벽은 높기만 했다. 그는 "내가 동양인이기 때문에 몇몇 오페라단은 오디션조차 거부했고 또 오디션을 월등히 잘했다 하더라도 동양인의 외모라서 최종 발탁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이런 일들에 낙심할 때도 있지만 내 목소리의 가치를 믿고 더욱더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연습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력있는 자에게 기회는 한순간에 찾아왔다. 인종차별의 벽으로 좌절하고 있을 때 오페라계를 쥐락펴락하는 켄 벤슨을 우연히 SF오페라 복도에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켄 벤슨이 강주원씨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면서 그에게 다양한 역할의 섭외가 들어왔다.
동양인이 오페라의 주역을 맡는 것부터 파격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내년 버지니아 울프트랩 오페라단의 ‘나비부인’에서 남편의 친구인 미국신사 역할을 맡는 이변을 낳았다.
그는 “미국신사 역을 동양인이 하기는 아마도 처음일 것 같다”면서 “컬러블라인드 발탁”이라고 의미를 두었다. 그는 “백인들만 할 것 같은 프랑스 귀족 역할도 이제는 흑인, 황인 등 다양한 민족에게 기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오페라가 뿌리깊은 서양음악이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 음악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
그는 ‘노래를 잘한다기보다는 연기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오페라는 목소리 연기이기 때문이다. 비열하고 간사한 역부터 세레나데를 부르는 연인까지 다양한 역을 소화해내는 것이 강주원씨가 바라는 음악적 꿈이다. 그러나 이미 그는 모차르트의 오페라부터 베르디와 현대 오페라까지 모든 역할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해 그만의 해석력으로 진정성을 표현해내는 오페라가수로 우뚝 섰다.
그의 또다른 음악적 목표는 한국가곡을 잘하는 성악가가 되고 싶은 것이다. 한국의 가곡을 통해 한국 정서를 세계에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그가 독창회마다 ‘산아’ ‘산촌’ 등의 한국가곡을 순서에 넣는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는 또 무대밖에서 친근하고 무대안에서 자신의 배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영국 웨일즈 출신의 세계적인 바리톤 브린 터펠(Bryn Terfel)처럼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무대 위의 카리스마와 달리 소탈하고 친근한 그가 한인커뮤니티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길 기대해본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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