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영문판 출간 등으로 미주 한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기 중견 소설가 신경숙(사진)씨가 표절 논란이 휩싸여 충격을 주고 있다.
현재 한국 문단과 출판계는 신씨 표절 논란으로 발칵 뒤집혔고, 신씨 본인은 표절 사실을 부인했으나 소셜미디어(SNS) 등 온라인은 관련 논란으로 들끓고 있다.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신씨는 대표작 ‘엄마를 부탁해’가 33개국에 판권계약된 데 이어 뉴욕타임스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뽑히기도 했고 또 장편소설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다.
이러한 신씨에 대해 표절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로, 그는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한 온라인 매체에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어 신씨가 1996년에 발표한 단편 ‘전설’ 중 일부 구절이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표절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유키오의 작품은 1983년 김후란씨의 번역으로 한국에 소개됐는데 신씨가 등단하기 2년 전이다. 이씨는 ‘우국’과 ‘전설’ 중 같거나 유사한 부분을 제시하며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신씨는 17일 유키오의 ‘우국’을 알지 못한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이같은 의혹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이날 ‘전설’의 출간사인 창비를 통해 전달한 입장에서 “오래 전 (해당 작가의)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또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 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는 문학출판부 명의로 ‘전설’과 ‘우국’ 두 작품의 유사성은 거의 없다며,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도 “일상적 소재인 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라고 표절 의혹 반박에 가세했다.
이어 “인용 장면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해당 장면의 몇몇 문장에서 유사성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표절 의혹이 제기된 대목
◆<미시마 유키오 ‘우국’ 233쪽, 1983년> 김후란 번역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말까 할 때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신경숙 ‘전설’ 240-241쪽, 1996년>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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