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텍사스 유세장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시아인들의 원정출산을 비판하자 경선 라이벌인 도널드 트럼프가 즉각 아시아인들을 옹호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며 부시 전 주지사를 비난했다.
두 사람의 발언이 각각 ‘위기 탈출’, ‘라이벌 때리기’ 차원의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것이긴 하지만 멕시코인 부인을 둔 부시 전 주지사가 원정출산 문제를 비판한 것이나 이민정책에 가장 강경한 트럼프가 아시아인을 엄호하는 듯한 상황 모두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부시 전 주지사는 24일 텍사스 주의 멕시코 국경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에서 태어나는 아기에게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아시아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시 전 주지사는 "최근에 내가 말한 ‘앵커 베이비’(anchor baby)는 조직적인 사기를 지적한 것"이라며 "출생 시민권이라는 고귀한 개념을 조직적으로 악용하는 아시아인들이 중남미인들보다 이와 더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25일 오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젭의 발언으로 아시아인들이 매우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면서 "자신은 절대 쓰지 않겠다고 약속한 단어 ‘앵커 베이비’라는 말을 썼다가 난처한 상황에 빠진 부시가 그 상황에서 빠져나오려고 아시아인들을 비난했다"고 비판했다.
앵커 베이비는 미등록 이주민이 미국에서 출산해 시민권을 얻은 아기를 뜻하며 바다에 닻(anchor)을 내리듯 부모가 아이를 미국인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정착을 돕는다는 가치 평가를 담은 용어다.
한국에서 논란이 되는 미국 원정출산과 연결되는 말이기도 하며 특히 중남미에서 건너온 미등록 이민자 계층을 전체적으로 비방하는 말로 사용된다.
중남미 이주민이 많은 플로리다 주지사 출신으로, 멕시코인 부인을 둔 부시 전 주지사는 "내 경력과 삶을 보면 내가 이주민 경험이 많다는 것을 알 것"이라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다른 이들이 내가 이주민을 비방하는 언어를 썼다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앵커 베이비’를 거론했다가 클린턴 전 장관, 이민자 시민권 운동가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부시 전 주지사는 원정 출산 등 시민권 악용 사례에는 반대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미국 시민권을 주는 수정헌법 14조는 옹호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대선 이슈로 떠오른 현행 ‘출생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셈이다.
내년 대권 도전자 가운데 출생 시민권 제도에 가장 먼저 문제를 제기한 주자는 트럼프다.
그는 한해에 30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난다며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특히 멕시코 국경에 만리장성과 같은 장벽을 쌓아 불법 이주민을 막고 미등록 이주민을 모두 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기를 낳는 미등록 이주민 가운데 아시아인이 36%로 가장 많으며 중남미인이 31%로 그 뒤를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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