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화 [커뮤니케이션 학 박사/영어서원 백운재 대표]
True Friendship / 참된 우의(友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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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궁(窮)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in need’와 ‘indeed’가 절묘한 압운(押韻)을 선사하는 격언입니다. ‘궁할 때 친구’가 ‘진짜 친구’라네, 아무렴, 그렇구말구! 그렇게 짜릿한 공명을 일으키는 상큼한 격언이죠. 귀와 입에 찰싹 달라 붙는 말씀이니, 쉽게 외워 궁할 때 척! 쓸 수 있는 명언이기도 합니다. "궁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습니다. 함석헌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입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 처자를 내 맡기며 / 맘 놓고 갈만한 사람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탔던 배 꺼지는 시간 /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 ‘저 하나 있으니’ 하며 /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궁(窮)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함석헌(1901∼1989) 옹(翁)께서 지어 부르신 바로 ‘그 사람’을 가졌노라는 친구 바울과 얘기 나눕니다. 사도 바울과 같은 영어 이름 "Paul"로 부르는 친구입니다. "난 바로 그런 사람을 하나 가지고 있지." "그래? 그게 도대체 누군가?" "뭐, 다 알면서 그러시나. 내 입에서 나오는 말이야 다 뻔한 거 알면서 ......" 그래도 은근히 보챕니다. "글쎄, 말해보라니까. 그분이 누군가?" "Of course, it’s Jesus!" 당연하지, 예수님일세!그러면서, 확실히 증거를 대겠다네요. 예수님이 왜 진짜친구인지 예수님 스스로 알려 주셨다는군요.
요한복음 15장 15절을 읽습니다. "이제부터는 내가 너희를 종이라 하지 아니하리니 종은 자기 주인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하느니라. 오히려 내가 너희를 친구라 하였나니, 이는 내가 내 [아버지]께 들은 모든 것을 너희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라." 그리고, 바로 이 말씀 직전 말씀도 또박또박 집어냅니다. "Ye are my friends, if ye do whatsoever I command you." 무엇이든지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너희가 행하면 너희가 나의 친구니라. [15:14] 또 있다네요. "아무에게도 자기 친구들을 위해 자기 생명을 내놓는 것, 이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나니."Greater love hath no man than this, that a man lay down his life for his friends. [15:13] 진짜 예수님께서 한번도 아니고 거듭 세번에 걸쳐 "우린 친구"란 사실을 명확히 짚으셨더군요. 여기에 친구 바울이 몇마디 보탭니다. "근데 말여, 알고보면, 사람은 그저 ‘늘!’ 궁한 뱁이여. 더 궁하든지 덜 궁할 뿐, 항상 궁한 게 바로 사람 아닌가벼. 다만 서로 잊고 살 뿐인겨."
A friend in need is a friend indeed.
궁(窮)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
나고 늙고 병들어 죽는 생노병사를 비껴갈 인간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인생무상이요 세상사 결국 고해(苦海)라! 누군가 바로 지금 여기가 정토니 ‘고해정토(苦海淨土)’라 호기로 외쳐본들, 결국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될 뿐인 게 인생입니다. 한마디로, 궁(窮) 속에 빠져 살면서 그게 얼마나 궁(窮)한지도 잊고 사는 게 바로 인생이죠. 잠시 쾌락이 오갈 뿐, 인생의 밑둥치는 결국 고(苦)라는 붓다의 깨달음도 결국 깨닫고 보면 그저 상식일 뿐!사자에 쫒겨 낭떠러지로 추락한 사람. 여러마리 쥐들이 사각사각 갉아대는 밧줄에 간신히 매달린 주제에, 어디선가 위에서 떨어지는 꿀 몇 방울에 탐닉하며 도취하는 모습. 그게 바로 사람 사는 모습을 여실히 그려내는 우화라 가르치던가요.
이미 추락/타락했는데, 까맣게 잊고 잠시 단맛에 정신 팔며 사는 인생. 쥐들이 갉아대는 밧줄은 결국 끊어질 판인데, 나몰라라 꿀맛의 찰나에 혼을 파는 인간. 아닌게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예외없이 궁할 뿐입니다. 함석헌 옹과 친구 바울이 한 목소리로 묻고 있네요.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Sha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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