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생활 침해’ vs ‘절수 강제’…시민들, 색출 나서

`물낭비’ 사과한 빌리 빈 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사장.
영화 ‘머니볼’로 유명한 미국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53) 사장이 지난주 자신의 거주지인 오클랜드 인근 댄빌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빈 사장의 사과 성명 발표는 이스트베이 도시공공국에서 공개한 ‘물 낭비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이스트베이 도시공공국은 오클랜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에 상수도를 공급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4년째 최악의 가뭄에 따른 혹독한 ‘물과의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 일부 부자들이 물을 펑펑 낭비하자 이스트베이 도시공공국이 물 낭비자 명단 공개라는 칼을 빼든 것이다.
반면, 로스앤젤레스(LA) 수도전력국은 물을 낭비한 저택 거주자의 신상을 "소비자 신상정보는 비밀"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밝히기를 거부해 지탄을 받고 있다.
LA 수도전력국은 989년 개정된 캘리포니아 공공기록법에서 전기·수도 사용자의 신상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을 내세웠다.
비영리 기관 조사보도센터(Center for Investigating Reporting)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캘리포니아 주 365 가구가 100만 갤런(278만5천ℓ)을 사용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특히 LA 인근 벨에어의 한 저택에서 시간당 1천300갤런(4천921ℓ)의 물을 낭비한 사례가 있었다는 발표가 나오자 LA 시민들이 발끈했다.
이 저택에서 1년간 사용된 물의 양은 1천200만 갤런(4천542만ℓ)에 이른다. 수도요금으로 9만 달러(약 1억 원)를 뿌린 셈이다.
LA 수도전력국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미셸 피게로아 대변인은 "물을 낭비하는 가정에 서한을 보내고 직원을 보내 절수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신상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LA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프라이버시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항상 예외조항은 있다"면서 LA 수도전력국에 ‘얌체’ 물 낭비자 명단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주 정부의 ‘절수령’ 속에 일반 시민들이 물을 낭비하면 적발되기 쉽지만, 거대한 담으로 둘러싸인 저택에 사는 부자들의 물 낭비를 감시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가뭄을 겪고 있는 네바다 주에서도 연방 정보공개법에 의거해 물 낭비자 명단을 공개한 사례를 들며 LA 수도전력국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LA 시민들은 ‘물 낭비 수사대’를 구성해 인공위성 지도와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 항공기(드론)까지 활용해 물을 펑펑 낭비한 ‘얌체 부자’ 색출 작업에 나설 태세다.
폴 코레츠 LA 시의원은 물 낭비자에 대한 엄중 단속과 함께 최후 수단으로 ‘수돗물 공급 중지’까지 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물낭비 억제 조례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헌법1조 수호 동맹’의 피터 쉬어 대표는 2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물을 펑펑 낭비하는 사람들은 부자들인 데다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다"면서 "LA 수도전력국 배후에 이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활동가 트레이시 퀸은 "가수·영화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말리부에 있는 저택 내 신록이 우거진 항공사진이 공개되자 물 낭비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면서 "물 낭비자 명단 공개는 절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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