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과 23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서 방영
▶ 유럽인만의 시각 넘어 원주민의 내면도 조명

TV영화 ‘성자들과 이방인들’의 한 장면. 필그림들과 원주민들이 첫 추수감사절 식탁에 둘러 앉아있다.
첫 추수감사절 스토리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 새로운 경제적, 종교적 기회를 찾아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66일간의 긴 항해를 마친 유럽의 청교도들은 마침내 신대륙에 도착했고 원주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후 비옥한 새 땅을 차지하면서 원주민들을 학살했고 노예로 삼았다. 이것이 17세기 북아메리카 뿐 아니라 남아프리카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사우스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을 영화 ‘성자들과 이방인들(Saints & Strangers)’의 촬영지로 선정한 것은 특별히 의미가 있다. 추수감사절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이 2부작 TV영화는 11월22일과 23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방영된다.
메이플라워호를 탄 영국의 청교도들이 1620년 도착한 플리머스 락으로 부터 거의 8,000 마일이나 떨어져있긴 하지만 케이프타운은 매사추세츠 식민지와 많은 역사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1650년대 유럽에서 인도로 항해하는 네덜란드 선원들은 남부 아프리카의 곶을 돌아가는 긴 여정에서 케이프타운을 잠시 쉬어가는 휴게지로 삼았다.
북미대륙 신세계의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거의 전멸되었다. 개척민들에 살해당하기도 했고 이 유럽인들에 묻어온 온갖 질병들에 감염되어 병사하기도 했다. 사우스아프리카의 원주민들도 살해당하거나 노예가 되었다. 이 나라가 다수에 지배되기까지에는 300년 이상이 걸렸다.
이 같은 역사적 유사성이 ‘성자들과 이방인들’을 사우스아프리카에서 촬영한 이유는 아니다. 그보다는 제작진이 이곳의 배를 ‘메이플라워’ 모형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였다. 그리고 케이프타운 교외의 포도밭을 17세기의 뉴잉글랜드로 변화시키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몇 그루의 나무와 덤불과 미국의 옥수수대 그리고 약간의 특수효과로 충분했다.
그러나 배우들이 플리머스 식민지의 삶을 재현하는 것을 보면 탐험과 착취 그리고 문화충돌의 전체 스토리에 대해 강력한 정서적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성자들과 이방인들’은 미국인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배운 것처럼 “청교도와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우정을 나누었다”는 식의 소독하여 씻어낸 첫 추수감사절 스토리가 아니다.
이것은 두 문화가 때로는 서로 협력했지만, 때로는 필사적으로 맞서 생사의 전투를 벌였던 복합적인 스토리다.
이 영화는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두 그룹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 종교적 분리주의자들로 자신들의 신앙에 근거한 새로운 사회질서를 세우려는 ‘성자들’과 모험과 부를 찾아 항해에 나선 ‘이방인들’이다.
이 영화의 힘은 구체적인 역사적 세부사항까지 충실하게 재현시킨 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영화는 이 역사적 사건을 일방적으로 유럽인의 스토리로만 풀어가는 것을 거부한다. 포카노켓 인디언 부족들의 스토리에도 같은 분량의 시간을 할애한다. 원주민 역을 맡은 배우들은 원주민의 언어인 ‘웨스턴 아베나키’어로 말하는데 거의 소멸상태인 언어여서 정확한 발음을 위해 코치를 고용하기도 했다.
“원주민 캐릭터들이 일차원적이 아닌 다면적인 인물들”이라고 포카노켓 원주민 중 엘리트 전사인 호바모크 역을 맡은 배우 타탄카 민즈는 말한다. “호바모크는 아내와 이이들도 있고 자신의 삶을 영위해나가는 인물이다. 그저 거칠게 싸움만 하는 게 아니다”인디언 배우이자 사회운동가인 러셀 민즈의 아들인 타탄카 민즈는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자랐다. “이런 영화는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었다. 실제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역사책에서 은폐되거나 왜곡되었다. 이번 영화는 인디언 원주민 아이들이 자신의 헤리티지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아름다운 일이다”라고 민즈는 말했다.
가장 유명한 원주민인 스퀀토 역으로 출연하는 칼라니 쿠에포도 덧붙였다 : “이 영화 출연은 감정을 가진 세련된 사람들에 대한, 다면적인 원주민 스토리라인의 한 부분이 되는 기회였다. 내겐 솔직하고 진실할 뿐 아니라 인도적이기도 한 스토리의 한 부분이 되는 기회였다”‘성자들과 이방인들’은 강인한 여성 캐릭터를 조명하고 있다. “길고 거친 항해와 식민지의 삶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은 강력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전혀 순종적이 아니었다”고 여배우 나타샤 맥엘혼은 말한다. 그녀는 ‘이방인’들의 리더 중 한명인 스티븐 홉킨스의 아내 엘리자베스 홉킨스로 출연했다.
“영화의 스토리는 남자들의 시각으로만 서술된 제국주의적 버전이 아니다”라고 맥엘혼은 덧붙였다.
플리머스 식민지의 도덕적 리더 윌리엄 브래드포드로 출연하는 배우 빈센트 카세이저는 이 역을 맡기 전엔 청교도와 추수감사절 스토리에 대해 별로 잘 알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대본을 읽고 나서 ‘와우, 이 모든 게 사실이야?’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 영화가 추수감사절 의미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게 할 것으로 믿는다”아마도 그럴 것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만찬과 풋볼의 명절이다. 그러나 선함과 악함의 양면을 지닌 미국의 역사와 헤리티지에 관한 날이기도 하다. ‘성인들과 이방인들’은 미국의 과거와 그 과거가 말해주는 현재에 대해 깊고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줄 것이다.
“모든 위대하고 명예로운 행동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이 두 가지가 다 인식되어야 하며 책임을 지는 용기로 극복되어야 한다”고 윌리엄 브래드포드가 말했듯이 이제는 첫 추수감사절의 교훈을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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