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P53’ 단백질 노화연구 논문 학계 주목
▶ 운동으로 건강 유지 틈틈이 유화 그려

최근 암과 노화에 대한 새 논문을 발표한 UCLA 치대 박노희 학장이 16일 치대 학장실에서 연구 성과와 퇴임을 앞둔 소감을 밝히고 있다. <박상혁 기자>
■ 내년 5월 퇴임 박노희 UCLA 학장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계속 해야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내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7가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교육자이자 과학자, 치과의사, 행정가, 기업가 그리고 남편과 아버지까지. 지금까지는 앞에 있는 다섯 가지에서 인정받았다면 앞으로는 남편이자 아버지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암과 노화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UCLA 치과대학 박노희 학장(71)의 이야기이다. 미국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한인 치대 학장으로 지난 18년간 재직하며 미국 최고 수준의 치대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그는 여전히 과학자로서 연구에 힘쓰며 최근 암과 노화에 관한 새로운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 5월 학장 퇴임을 앞두고 있는 그를 16일 UCLA 치대 학장실에서 만났다.“결국 곁에 남는 것은 사람”이라며 만남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 학장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최근 암과 노화에 관한 새로운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아는데 내용과 성과를 간단히 설명해 달라.
▲지난 7월 에이징셀(Aging Cell)에 발표한 논문은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다. 그동안 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단백질 P53은 나이가 들면서 같이 노화되고 제 역할을 못해서 암이 생긴다고 알고 있었다.
우리 연구팀은 나이가 들면 P53의 숫자도 같이 줄어든다는 것을 증명했다. 90% 이상의 암은 상피세포에서 생기는데 그동안 연구는 상대적으로 연구가 쉬운 섬유세포에서 이뤄졌다. 우리는 상피세포로 연구해서 다른 결과를 얻었다. 건강을 유지하는 ‘수호천사’로 알려진 P53이 나이가 들면서 숫자가 줄어들어 스스로 방어하는 능력이 떨어지면서 암이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P53를 일정 수준 몸 안에서 유지, 노인병인 암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연구할 것이다.
-학장 퇴임을 앞둔 소감은 어떤가.
▲여러 가지 감정이다. 시원섭섭하다. 예산 삭감이나 교수들의 진급 등을 보면서 고민이 많았다. 내 걱정으로 잠을 못 잔 적은 없는데 학장이 되고 나서 다른 사람 걱정으로 잠 못드는 밤이 많았다. 행정팀과 교수, 학생, 동문, 지인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지금까지의 모든 일이 가능했다.
-재임기간 이룬 성과와 가장 보람 있었던 것은
▲학교를 재정적으로 안정적인 선으로 올려놓았다. 10개의 석좌교수 자리가 생겼고, 장학금 규모는 10배가 커져 학생들에게 1년에 300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교수 연구비는 연간 2500만달러 규모로 5~6배 많아졌다.
우수한 교수들을 영입하고 병원과 학교 건물들을 재단장했다. 능력이 있지만 재정적으로 어려운 고등학생이나 학부생들을 교육, 지원해서 이들을 대학 및 치과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기금 확보에서 큰 성과를 보였는데 비결은
▲다양한 분야의 카운슬러들로 이뤄진 이사회가 큰 도움이 됐다. 학장은 CEO다. 기업가 정신으로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와 사이언스 매거진은 꼭 챙겨 읽는다. 펀드레이징을 할 때는 기부자의 마음을 잘 읽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연구, 어떤 사람은 환자, 어떤 사람은 어린 아이들을 돕고 싶어한다. 그 사람이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을 알아서 도울 수 있게 해야 한다. 학교 미래를 나누고 학교를 자랑하는 것도 중요하다. 누구나 성공한 이야기의 한 부분이 되고, 그런 학교에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치과의사가 된 계기는
▲고등학생 때는 군장교이나 수사관이 되고 싶었다. 대학 진학 때 수석합격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서 치대로 진학했다. 입학할 때부터 교수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고 교수님 연구를 많이 도왔다. 결국은 수사관처럼 모르는 분야를 계속 파고들고 연구하는 과학자가 됐고, 학장 자리에도 올랐으니 군장교가 되고 싶었던 꿈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인생을 돌아보면 잘한 점과 후회되는 점은
▲과학자, 교육자, 행정가로서의 업무와 역할은 잘 수행한 것 같다. 많은 젊은 학자들을 키우고 그들이 연구하고 커리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다만 후회하는 것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다. 특별히 딸과 더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여행을 다니고, 함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내가 성공한다면 가족도 성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 커리어만 신경 쓰고 살았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아버지로는 60~70점, 남편으로도 70점 정도 된다. 은퇴하면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너무 늦지 않았길 바란다.
-건강관리, 특히 노화방지 비법은
▲적당히 운동을 하고, 요가 등을 통해서 명상의 시간을 가진다. 스트레스 많이 받지 않는게 중요하다. 영양제는 비타민 C, 비타민 D3, 피시오일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많이 먹는 구기자에 노화를 더디게 하는 성분이 있음을 발견해서 연구 중이다.
-좋아하는 운동이나 취미생활은
▲골프를 치고 유화를 그린다(학장실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저 그림은 폴 세잔 그림을 내가 똑같이 다시 그린 것이다. 집에 화실이 따로 있다. 대학 때 배워서 그리긴 했는데 다시 취미로 시작한 것은 15년 전부터다. 독서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운다.
-인생에서 좌우명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나
▲다섯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꿈을 가져라, 정직하라, 청렴함을 유지하라, 무엇을 하던지 탁월하라, 그리고 미래를 지향하라다.
-존경하는 인물은
▲칼텍 총장을 지낸 데이빗 발티모어는 37세에 노벨상을 받은 위대한 과학자이며 행정가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데 매우 똑똑하고, 창의적이며, 결코 멈추지 않고 도전하는 사람이다.
-퇴임 후 계획은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은 계속할 것이며, 젊은 교수들을 이끌어줄 것이다. 새 학장이 원한다면 옆에서 일을 도와줄 것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지금까지 배운 것들과 알고 있는 것을 나누고 싶다.
-치과의사나 치의학 연구를 꿈꾸는 한인 젊은이들에게 조언은
▲꿈과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하라. 치과의사는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 되라. 연구를 하는 과학자고 되고 싶다면 그 분야의 멘토를 찾아서 도움을 받아라.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꾸준히 문학작품을 읽어라.
<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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