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나 타국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매년, 혹은 몇 개월에 한 번씩 이사를 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면서 어차피 다시 이사 갈 텐데 짐을 늘리지 말아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를 나와 일을 시작하고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도 내가 과연 계속 미국에 살고 있을까 하는 불안정성 때문인지 사는 곳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가장 싼 방, 계약에 얽매이지 않고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는 곳을 위주로 거주했다. 어딜 가도 인테리어 소품은 절대 사지 않았고 잠만 자고 나가는 방에 정 붙이지 말자 하면서 마치 캠핑 온 것처럼 필요한 것 몇 개만을 가지고 생활했다.
어느 날 시내를 걸어가고 있는데 깔끔한 한 인테리어 가게가 눈에 띄어서 구경하려고 잠시 들어갔다. 그곳에서 맘에 드는 등을 발견했다. 방에 놓으면 참 예쁘겠다고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도 어차피 살 수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할 때 거추장스러울 것 같아서였다.
그때 잠시 생각했다. 그럼 계속 이렇게 캠핑하듯이 살아야 할까? 항상 미래에 언젠가는 살 집을 그리면서도 현재 나의 환경에는 너무 소홀한 건 아닐까? 곰곰 생각해보다가 그냥 사자고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예쁜 등을 들고 집에 왔다.
방에 놓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잠만 자는 곳이 아닌 나의 공간이 된 느낌까지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로 나의 주변을 꾸미는 것도 재미가 있겠구나 싶었다. 그동안 너무 간소하게 사는 데만 집중해 온 것 같다. 그러면서 소소한 기쁨까지 버렸던 것 아닌가라는 후회가 살짝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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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원 / 데이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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