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KK의 폭탄 테러로 흑인 소녀 4명이 숨진 16번가 침례교회 현장
53년 전 흑인을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로 현재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미국 백인우월주의단체 큐클럭스클랜(KKK) 전 단원의 가석방 신청이 거절당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주 가석방심사위원회는 1963년 교회에 다이너마이트 폭약을 설치한 뒤 이를 터뜨려 예배를 보던 4명의 흑인 소녀를 살해한 죄로 종신형이 선고된 토머스 에드윈 블랜턴(78)이 신청한 가석방 요청을 불허했다.
가석방심사위원회는 희생자 유족의 반대 여론을 청취한 뒤 블랜턴의 가석방 요청을 기각하고 5년 후에나 재신청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블랜턴은 나머지 테러 공범 2명처럼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커졌다. 공범인 로버트 챔블리스와 보비 프랭크 체리는 각각 1977년, 2002년 기소돼 징역을 살던 중 옥사했다.
블랜턴은 법의 단죄를 받지 않고 38년간 거리낌 없이 살아오다가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재개한 2000년에서야 꼬리를 밟혀 기소됐다.
FBI는 고용한 정보원과 블랜턴이 그의 집과 차에서 나눈 대화를 녹취해 결정적인 테러 증거를 확보하고 마침내 그를 법정에 세웠다.
'16번가 침례교회 폭탄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미국 민권운동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 노릇을 했다.
1963년 9월 15일 일요일, 블랜턴 일당이 터뜨린 폭탄에 데니스 맥네어(11), 애디 메이 컬린스(14), 캐럴 로버트슨(14), 신시아 웨슬리(14) 등 흑인 소녀 4명이 무너져 내린 교회 돌더미를 피하지 못하고 절명했다.
평온한 일요일에 발생한 처참한 비극은 미국 남부의 뿌리 깊은 인종 증오와 차별을 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30분간 진행된 이날 가석방심사 청문회에서 유족들은 블랜턴이 살인하고도 40년 가까이 아무렇지 않게 살다가 죗값을 치른 지 고작 15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가석방을 승인해선 안 된다고 읍소했다.
로버트슨의 언니인 다이앤 로버트슨 브래덕은 두 명의 심사위원에게 블랜턴을 풀어주는 건 정의를 흉내 낸 것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냇동생을 잃은 리사 맥네어는 "슬픔에 젖은 부모의 눈물을 평생 지켜봐야했다"면서 고통으로 점철된 가족사를 소개했다.
폭탄 테러로 언니 컬린스를 잃고 자신도 오른쪽 눈을 실명한 새러 컬린스 루돌프는 "신은 내 왼쪽 눈을 남겨놓는 게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블랜턴이 계속 징역을 이행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청문회에서 블랜턴의 가석방을 지지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의견을 다 들은 두 명의 심사위원이 1분 20초 만에 가석방 불허 결정을 내리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블랜턴을 기소한 전 검사 더그 존스도 가석방심사위에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증오를 멈춰야 하고 증오라는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른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면서 반대 의견을 힘을 보탰다.

KKK의 폭탄 테러로 흑인 소녀 4명이 숨진 16번가 침례교회 현장

미국 민권운동의 도화선이 된 16번가 침례교회의 최근 모습

가석방 불허된 블랜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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