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대 지상파 방송 중 하나인 CBS가 올가을 새로 선보일 6개 작품에 모두 백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양성 실종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간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8일 주요 시청 시간(프라임타임)대 프로그램에서 다양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이나 CBS가 이 부분에서 여타 경쟁 채널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보도를 보면, CBS가 TV 비평가협회에 먼저 내놓은 가을 신작은 코미디 3편, 의학드라마, 법률드라마, 리메이크판 맥가이버 등 6편으로 주인공은 모두 백인 남성이다.
올해 할리우드 영화계를 강타한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캐릭터에 상관없이 무조건 백인을 캐스팅하는 것) 논란이 TV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현재 지상파 방송 중 소수 인종 주인공이 가장 적은 곳이 CBS라고 소개했다.
NBC, ABC, 폭스 등 3개 사가 가을에 유색 인종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을 적어도 1개 이상씩 선보이고 다양성을 확대하는 것과 달리 CBS는 유색 인종 가족을 중심에 둔 드라마나 코미디물을 한 편도 제작하지 않는다.
CBS는 한때 다양성 추구 선구자로 다른 3개 경쟁사를 압도했다.
2000년 흑인 배우들이 대다수 출연진을 구성한 의학드라마 '천사들의 도시'(City of Angels)를 방영하면서 CBS는 '다양성의 리더'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두 시즌 만에 천사들의 도시를 종영한 이래 CBS에서 흑인이 주류를 이루는 TV 시리즈물은 사라졌다.
그 사이 백인 동네에서 유일한 흑인 가정의 에피소드를 그린 블랙키시(ABC), 미국 음악산업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흑인을 전면에 포진한 엠파이어(폭스) 등 여타 경쟁 채널의 다양성 드라마가 크게 히트했다.
시청자와 인종 옹호단체는 현재 CBS에서 방영 중인 '빅뱅 이론'. '블루 블러드', 'NCIS' 등 시리즈물이 대부분 백인을 주연으로 기용하고 유색 인종을 조연급으로 격하했다면서 '미국민이 가장 많이 보는 채널'이라는 CBS가 미국의 현재 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을 두고 글렌 겔러 CBS 엔터테인먼트 부문 사장은 "다양성은 여전히 우선순위에 있다"면서 "조연들의 인종 다양성은 작년보다 더 나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파일럿 프로그램(고정 편성에 앞서 임시로 편성된 프로그램)에서 미국 사회의 다양한 인종 군상을 보여줬고, 5월 11일 이래 소수계와 성 소수자(LGBT) 16명이 "주역은 아니나 비중 있는" 고정 배역으로 여러 시리즈물에 투입됐다"고 반박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사회학 교수인 더넬 헌트는 "CBS를 비롯한 다른 방송사들이 더 많이 유색 인종을 프로그램에 투입해야 한다"면서 "의미 있는 방식으로 다양성을 프로그램에서 묘사해야 하고, 문화적으로 더 다채로운 의견을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을 주관하는 예술과학아카데미는 지난 6월 우리나라 영화감독 박찬욱·이창동·김소영과 배우 이병헌을 각각 신입 아카데미 회원으로 위촉하는 등 소수 인종 비율(41%)과 여성 비율(46%)을 각각 높여 신규 회원 683명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아카데미상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이 전부 백인 배우로 채워져 '백인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셰릴 분 아이작스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장은 아카데미 회원 가운데 여성과 소수계 비율을 2020년까지 2배 이상 늘리고 회원 투표권도 10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아카데미 개혁안'을 지난 1월 발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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