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국가에 경의 표해야” vs “경찰폭력ㆍ인종차별 항거”
▶ 경찰도 비판 가세…캐퍼닉 논란 속 11억원 기부 약속

”경찰폭력ㆍ인종차별 항거” vs ”애국가에 경의 표해야”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 쿼터백 콜린 캐퍼닉(28)의 국가 연주 때 기립 거부 행위가 '애국심 대 인종차별'이란 대립구도로 비화하고 있다.
캐퍼닉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그린베이 패커스와의 경기에 이어 1일 샌디에이고 차저스와의 시범경기에서도 국가 연주 때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일어서지 않았다.
또 포티나이너스 세이프티 에릭 리드(24)는 캐퍼닉을 지지해 기립 거부에 동참했다. 시애틀 시혹스의 코너백 제러미 레인(26)도 1일 오클랜드 레이더스와의 시범경기에서 국가 연주 때 일어서지 않았다.
하지만 차저스와의 경기 식전 행사는 미군들을 기리기 위해 마련된 것이어서 캐퍼닉의 행위를 놓고 비난이 들끓었다. 샌디에이고는 군부대가 밀집해있는 곳이다.
이날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국가 제창이 끝나자 캐퍼닉을 향해 "미국인이면 미국인답게 국가에 경의를 표하라"고 야유를 퍼부었다.
심지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캐퍼닉을 겨냥해 "끔찍하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나라를 찾아 떠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미국 최대 직능단체 중 하나인 경찰조직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of Police Organizations)는 캐퍼닉이 지난 8월 훈련 당시 경찰을 비하하는 양말을 신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는 캐퍼닉이 경찰모를 쓴 돼지가 그려진 검은색 양말을 신고 훈련에 임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경찰관들을 경멸하는 비유로 돼지를 사용한다.

콜린 캐퍼닉이 훈련 때 착용한 경찰 비하 `돼지 양말’
이에 캐퍼닉은 기자회견에서 "관중들의 부정적 반응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나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하는 군인들을 존경한다. 그래서 무릎을 꿇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나를 둘러싼 오해는 언론들이 문맥을 외면한 채 보도한 탓"이라며 "언론들은 나를 마치 미국과 미군을 반대하는 사람으로 몰아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국가 연주 때 기립하지 않은 것은 경찰의 폭력성과 인종 간 불평등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며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100만 달러(약 11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강조했다.
캐퍼닉은 '돼지 양말' 착용과 관련해서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악당 경찰(Rogue Cop)은 지역사회를 위험하게 하고 긴장과 불신의 환경을 만들어 선한 경찰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캐퍼닉은 차저스와의 시범경기 내내 기자들에게 "나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라며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고 UAS 투데이는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해명에 나선 콜린 캐퍼닉
캐퍼닉이 언급한 억압받는 사람은 경찰의 총격에 희생된 비무장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이다.
앞서 그는 자신의 국가 연주 시 기립 거부 행위와 관련해 "흑인과 유색인종을 억압하는 나라의 국기를 향해 자랑스러움을 표현하려고 일어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은 1972년 자서전에서 "나는 일어서 국가를 부를 수도 국기에 인사할 수도 없었다"면서 "나는 백인 나라에서 일개 흑인이었을 뿐"이라고 밝혔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또 1996년 3월 미국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마무드 압둘 라우프가 올랜도 매직과의 경기 시작 전 미국 국가가 연주될 때 기립을 거부해 한 경기 출장금지를 당한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라우프가 기립을 거부한 것은 이슬람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후 국가 연주 때 일어나 머리를 숙여 기도하는 '타협점'을 찾아 징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편, 캐퍼닉이 속한 포티나이너스 팀은 "종교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관점에서 개인이 국가 연주 의식에 참여할지 말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며 캐퍼닉을 두둔하는 성명을 내놓은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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