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설분야 행정관들이 대통령 스타일 맞추는 데 시간걸렸을 것”
▶ 최씨와의 오랜 私的 인연의 끈이 공적영역 넘나드는 일탈 초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최순실씨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사과 입장표명에서 대선 과정은 물론 집권초까지도 연설문 등 공식 메시지 작성과 관련해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자인했다.
박 대통령은 최씨로부터 "취임이후에도 일정 기간에는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도 있다"고 토로했고, 그러면서 "청와대 및 보좌 체제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두었다"도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말을 뒤집어보면 정권 출범 이후에도 최 씨에게서 연설·홍보 자문을 받은 이유가 임기 초반 청와대의 보좌 시스템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의문점은 박근혜정부 출범초 청와대 비서실 시스템이 어땠길래 국정과 관련해서 공적 계선조직인 비서실 라인에서 벗어난 외부의 사인(私人)인 최씨의 자문을 받는 상황까지 초래했느냐는 점이다.
일반적인 정부 시스템 운용 측면에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1기 청와대는 인선 작업에서부터 애를 먹으며 취임 초기 잇단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민정비서관, 홍보기획비서관, 법무비서관 등 주요 참모의 내정을 취소했다가 다시 임명하는 등의 잡음을 거쳐 취임 보름 만인 2013년 3월12일에야 40명의 비서관 인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박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임명한 '1호 인사'인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이 같은 해 5월 미국 순방을 수행하던 중 술을 마시고 여성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으로 물러나고, 이남기 홍보수석까지 책임을 지고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에 휩싸이기도 했다.
청와대뿐만 아니라 내각에서 심각한 인사난맥이 벌어진 것도 정권 초기 국정운영에 큰 혼선을 줬다.
2013년 2월25일 취임 전후로 재산문제 등 도덕성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부 차관 내정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고위공직자 후보자들이 각종 논란으로 대거 낙마한 게 주요 사례다.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경우 도덕성 의혹이 아닌 청문회 과정에서 자질 논란에 휩싸여 세간의 구설에 올랐고,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항명 파동' 끝에 9월 말 사표가 수리됐다.
전체적으로 청와대와 정부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벗지 못한 가운데 최 씨가 실제 개입한 메시지 문제로 한정해서 보면, 박 대통령의 취향을 초기 청와대 보좌진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청와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취임 직후 처음 들어온 사람들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 그랬을 것"이라면서 "연설기록비서관 밑에 행정관들이 처음에는 대통령 스타일을 잘 모르니까 익숙해질 때까지는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내놓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인근 전 연설기록비서관의 경우 2007년부터 박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지만, 그 밑의 행정관들은 정권 초기에는 대통령이 원하는 메시지를 다듬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그러나 최 씨의 연설문 사전 입수 의혹을 처음 제기한 JTBC가 최 씨의 컴퓨터에서 찾아낸 44건의 연설문 파일 중 2014년 3월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 등 집권 2년차 메시지들도 포함돼 있어 의구심을 낳는다.
표면상 청와대 보좌 시스템이 안정된 시점을 2013년 8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취임 후로 본다면 '김기춘 체제'가 출범한 지 반년이 넘어서도 최 씨와 연설문 메시지를 상의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해명에도 최 씨가 집권 중·후반기에도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씨의 '연설문 개입' 스캔들은 무엇보다도 시스템 정비 미비의 문제도 있지만 박 대통령도 대국민사과 입장표명에서도 밝혔듯이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는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사적인 인연의 끈이 공적 영역으로까지 넘나드는 일탈을 야기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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