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을 상대로 혼인 신고를 한 후 거액의 상속을 받은 70대 간병인이 결국 소송 끝에 상속받은 재산을 토해내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2민사부는 지난해 83세 나이로 사망한 고인 김모씨와 혼인 신고를 한 전모(여·71)씨에게 김씨의 조카 A씨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김씨는 자녀 없이 조카만 여러 명 남기고 지난해 9월14일 숨졌다. 2012년 3월께부터 저혈당, 당뇨, 고혈압, 말기신부전 등으로 입원 및 통원치료를 반복하던 김씨는 그해 4월 치매 판정을 받았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지낼 수 없고, 집 주소나 가까운 친지의 이름 등 자신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요 사항들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시간·장소·사람을 인식하는 지남력이 자주 상실되는 등 치매 5단계였다.
김씨는 노원구 한 요양병원에서 2012년 8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당시 간병인이던 전씨는 2012년 10월 구청에 박모씨 등 2명이 증인으로 기재된 혼인신고서를 제출해 자신과 김씨의 혼인 신고를 마쳤다. 김씨가 지난해 9월 사망하자 전씨는 며칠 후 김씨가 남긴 50억원 가량의 부동산 소유권을 자신 회사에 이전하는 등기와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마쳤다.
이에 대해 조카 A씨는 전씨가 혼인신고서 상 김씨 명의를 위조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해 전씨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했다.
형사 고소는 김씨 사망 등으로 증거가 부족해 무혐의 처분이 났으나 A씨는 지난해 서울가정법원에 김씨와 전씨에 대한 혼인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해 올해 9월 승소했다. 가정법원은 “혼인 신고 당시 김씨가 혼인의 의미와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하거나 결정할 수 있는 의사능력이 흠결돼 있었다”며 “이 혼인 신고는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이뤄진 것이고, 김씨와 전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며 무효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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