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숭고한 가치를 위해) 위험마저 무릅쓰기 원한다면 그것은 당신의 목숨까지도 위험에 내맡기는 것을 의미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안 뒤푸르망텔(53·사진)이 지난 2011년 스위스의 유럽대학원(EGS) 강의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삶의 가치 실현을 위해 위험까지 감수하는 태도를 설파해 온 이 철학자가 실제로 물에 빠진 어린이들을 구하려다 숨졌다고 리베라시옹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뒤푸르망텔은 지난 21일 프랑스 남부 생트로페 팡펠론 해변에서 수영을 하던 어린이 2명이 갑작스러운 강풍으로 파도에 휩쓸린 것을 보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던 그는 결국 거센 물살에 휩쓸렸고, 뭍으로 옮겨진 뒤 긴급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이미 심장이 멎은 뒤였다. 어린이 2명은 긴급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모두 무사히 구조됐다. 당시 해변은 풍랑을 나타내는 깃발이 주황색(주의)에서 빨간색(위험)으로 바뀔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에 동료 지식인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깊은 애도를 표명했다. 프랑수아즈 니센 프랑스 문화부 장관은 “그는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도록 도왔고, 지금의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유명을 달리한 철학자를 기렸다.
‘언행일치’와 ‘살신성인’의 삶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뒤푸르망텔은 정신분석학자 겸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며 폭넓은 팬과 독자층을 확보한 차세대 철학자였다. 파리 소르본대와 미국 브라운대에서 철학을 공부한 그는 많은 강연과 글을 통해 일상에서 소중한 가치를 위해 위험과 위협에 맞서는 자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뒤푸르망텔은 본인이 외부 필진으로 있던 리베라시옹과의 2015년 인터뷰에서 증가하는 유럽 내 테러리즘에 대해 “위험 없는 사회와 같은 완벽한 안전에 대한 구상은 환상일 뿐”이라며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을 포함하는 것”이라는 고유의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프랑스 학술원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정회원이기도 했던 뒤푸르망텔은 2011년 발간한 ‘위험의 찬미’를 비롯해 30여권의 저서와 공저를 남겼다. 동료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의 대담집 ‘환대에 대하여’는 한국말로도 번역·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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