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이 있다. 과거 한국에서 성장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대방 앞에서 자신을 높이기보다는 낮추는 것이 미덕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묵시적 약속으로 인해 우리는 자신뿐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 특히 자식들 일에 대해서도 겸양을 표해야 할 때가 비일비재했다.
1998년도 나의 유학 초기 시절,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제안 받은 일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기회는 다른 학생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교수가 제안을 했을 때 나는 단지 겸양의 의미를 담아 거절 아닌 거절을 했던 것인데, 재차 제안을 할 줄 알았던 교수는 두 말 없이 다른 학생에게 기회를 주고 말았다. 나는 그렇게 기회를 날려버렸다.
서구에서 겸손은 상당히 주의를 해야 하는데, 동양식의 일반적인 겸손은 무능으로 오해 받기 때문이다. 이런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서양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동양과 서양의 겸손에 대한 이런 서로 다른 시각에 대해 어느 것이 옳거나 그르다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지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겸손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동서양을 떠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도록 정리할 필요는 있다.
‘삼인지행필유아사’(三人之行必有我師), 즉 세 사람이 함께 길을 가면 그 중에는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는 공자의 가르침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런 공자의 가르침은 나를 낮추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높이라는 것, 또한 상대방에게 배울 점을 찾도록 노력하라는 것이었고, 이것이 진정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겸손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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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준 / 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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