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동 감독, 배우 유아인, 전종서, 스티븐 연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칸 국제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이제 '버닝'의 진실을 얘기해 봐."
오는 17일 개봉을 앞둔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이 궁금증에 답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CGV에서 영화 '버닝' 칸 출국 기자회견이 열렸다. '버닝'이 처음 베일을 벗었던 지난달 제작보고회에서는 미처 전해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버닝'은 오는 8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화제작. 이창동 감독이 '시'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영화로,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삼았다.
칸 진출은 물론 유아인과 이창동 감독의 만남이 성사됐을 당시부터 관심을 모은 화제작이지만, 영화의 시사회 전 열린 간담회는 이례적이었다. 이창동 감독은 "올해부터는 칸영화제의 작품 공개 정책이 바뀌어 엠바고가 강하게 걸려 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채로 영화를 소개해야 하는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는 인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창동 감독에게 질문이 쏟아진 가운데, '미스터리' '청춘'이란 키워드만 분명할 뿐 그 실체를 알 수 없던 '버닝'이란 영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가 오갔다.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 저에게도 다음에 어떤 영화로 관객을 만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제 나름 대로의 고민이 있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우선 제 자신도 자식이 있고, 지금은 그만뒀습니다만 학교에 있을 때 제 앞의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 또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했었다. 그런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은 "한국의 현실뿐 아니라 세계적 문제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지금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 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세상이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요즘 젊은이들이 품고 있는 무력감과 분노 같은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젊은이에게 세상은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과거엔 왜 현실이 암울한지 분명했다면, 지금은 무엇 때문에 이 세상이 암울해 보이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화가 그런 걸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그런 젊은이의 상태를 일상에서 다루는, 세상의 미스터리를 마주하는 영화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제목 '버닝'은 영화의 원작이 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헛간을 태우다'(Barn Burning)가 바탕이다. 그 자체가 윌리엄 포크너의 동명 단편에서 제목을 따 온 맥락이 있기에 가능하면 원작의 의미를 살리고 싶어 '버닝'이란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이창동 감독은 "외국말이긴 하지만 일상에서 특히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말이기도 하다. 뭔가를 불태우고 싶고 열중하고 싶을 때 쓴다. '버닝'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의미도 있어 썼다"고 설명했다. '버닝'엔 헛간 대신 한국에 많은 비닐하우스가 등장한다.

사진=영화 ‘버닝’ 포스터
이창동 감독은 원작과 줄거리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창동 감독은 원작 '헛간을 태우다'에 대해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다. 헛간을 태우는 취미가 있는 남자.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서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 '버닝'에 대해서는 "'버닝'은 종수라는 인물이 벤이라는 인물에게 궁금증을 갖고 벤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 가운데는 해미라는 중요한, 벤과의 매개를 하는 여자친구가 있다. 결국 관객들은 종수는 어떤 인물인가 하는 새로운 미스터리를 받아들이는 구조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설명을 하다보니 더 알쏭달쏭한 것 같기도 하다"고 웃음지었다.
"현실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다. 특히 오늘 이 시점 한국 젊은이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의 요소. 별것 아닌 낯익은 일상이라도 긴장이 느껴지고 잘못돼 있는 건 맞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서스펜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상의 미스터리 스릴러 같은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고 말할 수 있다. 결말도 소설보다 나가 있지만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은 아니고, 어떤 의미로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어떤 의미로는 커다란 반전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결말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이창동 감독)
이창동 감독은 '시', '밀양' 등 전작들로 '윤리'의 문제를 짚었다는 분석에 대해 "이번 영화는 윤리보다 다른 방법으로 관객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굳이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감각과 정서가 우선되는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 감독은 "'윤리'가 의미와 관념, 머리에 가깝다면 이번 영화는 젊은이들의 영화고 젊은이를 이야기하는 영화기 때문에 젊은이의 감각과 정서를 통해 소통하고 싶은 영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 대한 소회도 들을 수 있었다. 이 감독은 마침 같은 날 개봉하는 할리우드 청불 히어로 무비 '데드풀2'와 관련 "'데드풀'이 어떤 영화인지, 미안하지만 잘 모른다. '어벤져스'도 모르니까 할 말이 없습니다만"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유를 보면 방화, 살인… 되게 청소년에게 유해한 것처럼 돼 있는데, 생각하시는 것처럼 자극적인 장면은 별로 없다"고 밝혔다. 또 "물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는 영화적으로 직접적으로 자극이 갈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저는 영화 자체는 다른 의미에서 꽤 자극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인공 종수 역 유아인은 칸 수상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 "부담스럽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이내 진지한 모습으로 답을 이어갔다. 그는 "청소년 관람불가등급인데 저는 정말 청소년들이 많이 봐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전혀 다른 영화"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도 "어떤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며 "잘하고 싶어 안달하고 애쓰던 순간들, 표현에 대한 강박들로 너무 외향적이 된 제 관성에서 조금 벗어나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 유아인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칸 국제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스티븐 연은 "원자단편에 나오는 ㄱ사건이 진행되지만 한국이라는, 일본과는 다른 문화를 살려서 새로운 색을 입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영화가 특별하고 독특한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내가 이 영화의 일부라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한국에서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 보편적 이야기이기에 세계의 많은 분들도 함께하셨으면 좋겠다.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칸에 갈 수 있는 건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버닝'이 데뷔작인 전종서는 당찬 포부로 눈길을 끌었다. 전종서는 "영화 속 제 모습이 관객 분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한 부담은 없다"면서 "다만 제가 긴장이 되고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저는 지금도 제가 소화하고 있는 스케줄이 전부 다 처음 겪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심이라든지 이런 게 부담스러운 것 같다. 그렇지만 저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앞으로 당당하게 보여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를 촬영하며 느꼈던 전율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감동으로 전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한 꺼풀 더 베일을 벗어버린 '버닝'. 영화를 보기 전까지 궁금증은 더 커져갈 것 같다.

배우 스티븐 연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된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 칸 국제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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