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시진핑 만나 “단계별·동시적 조치”… 폼페이오 “잘게 쪼개지 않겠다”
▶ 북한, 한국계 미국인 3명 석방으로 분위기 조성… 6월12일 싱가포르서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로 미소를 지으면서도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 담판을 앞둔 기싸움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뒤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명을 데리고 10일 새벽 미국에 도착, 김 위원장은 미국인 3명 석방이란 ‘선물’을 건네줌으로써 북미 회담 타결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은 핵 담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기 직전인 8일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했다.
탈퇴 이유로는 이란 핵 협정에 탄도미사일 관련 내용이 없고, 15년 동안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이란의 핵 개발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 거론된다. 이란 핵 협정은 1년 내에 핵을 폐기한 리비아의 ‘일괄 타결’ 방식과 달리 비핵화 수순에 맞춰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단계별 해법을 담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란 핵 협정 탈퇴에 대해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 방식처럼 ‘원샷 타결’이 돼야 할 뿐 아니라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영구적(permanent)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에 ‘영구적’이란 요소를 덧붙여 ‘PVID’란 용어를 쓰기도 했다.
미국은 또 모든 탄도미사일과 생·화학무기까지 포괄하는 대량파괴무기(WMD)와 함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인공위성도 폐기 대상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압박에 쉽게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의 강한 메시지는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차 북중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가진 데서 읽을 수 있다.
김 위원장은 3월31일 평양을 방문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를 만나기 직전에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이번에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기 이틀 전 중국 다롄을 찾아 시 주석과 회동했다. 이번 회동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과 중국은 하나로 이어졌다”고 말해 ‘큰형님’ 같은 중국을 업고 미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또 한반도 비핵화 해법으로 ‘단계적이고 동시적 행동’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적 행동’에는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맞춰 대북 제재 완화와 경제 지원, 북한 체제 안전 보장뿐 아니라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금지 등 상응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번에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북한의 ‘단계적 동시 조치’에 대해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휘말리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귀국길에 “미·북 정상회담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생산적 대화를 가졌다”고 말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생산적 대화 등이 거론된 점으로 볼 때 미국과 북한은 샅바싸움을 하면서도 판을 깰 정도는 아니다”면서 “양측이 영구적 비핵화를 위한 일괄 타결과 단계별 해법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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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사=김광덕 뉴스본부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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