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6년 여성 인권 단체에서 퍼스키 판사의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시위하고 있는 모습.
오는 6월 베이지역 주민 투표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발의안 중 하나는 산타클라라 카운티 연방법원 애런 퍼스키 판사 퇴진안이다.
퍼스키 판사는 지난 2016년 만취 여성을 성폭행한 스탠포드대 수영서수인 브록 터너에게 검찰이 주장한 6년 구형 대신 6개월 복역형을 선고해 이른바 ‘솜방망이 처벌’로 논란이 됐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이 퍼스키 판사의 판결을 문제 삼았으며, 이로 인해 퍼스키 판사의 퇴진 여부가 오는 6월 주민 투표로 결정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주민 투표를 통해 판사가 퇴진된 경우는 1932년 로스앤젤레스 주민 투표 때로 3명의 판사가 뇌물 혐의로 퇴진됐었다. 하지만 이번 퇴진안은 판사의 부패나 비윤리적 행실에 관한 것이 아닌 판결 자체에 대한 항의로서 이전 퇴진안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있다.
퍼스키 판사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토록 큰 이슈가 돼 퇴진안으로 부쳐지기까지에는 현재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여성인권 운동인 ‘미투(#MeToo)’가 아무 영향력을 끼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할리우드를 포함해 미국 내 정계, 학계 등 여러 분야의 유명 인사들이 성추행 파문으로 인해 논란이 되면서 성추행 피해자 여성들을 지지하는 미투 운동이 거세졌고, 이는 미국을 넘어 한국 등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29일 CBS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미투 운동이 성행하고 있는 현재 다시 재판을 맡는다면 다른 판결을 내릴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퍼스키 판사는 “만약 판사가 대중과 SNS, 언론을 신경 쓴다면 올바른 판결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면서 “당시 법에 따라 판결을 내렸으며, 다시 재판을 하더라도 여론이나 사회의 분위기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재판 중 성폭행범 피해자는 터너에게 “당신은 내게서 나의 자존감과 사생활을 모두 앗아 갔다”면서 호소했다. 퍼스키 판사의 판결은 미국 사회의 공분을 샀으며, 이로 인해 미셀 다우버 스탠포드 법대 교수가 주도한 퇴진 발의안 청원에 무려 10만 명이 서명했으며, 1백만 달러가 모금됐다. 퍼스키 판사는 이에 맞서기 위해 퇴진안 반대 캠페인을 벌여 40만 달러를 모금했다.
퍼스키 판사에 따르면 사법평가위원회(CJP)와 변호사협회는 이미 터너의 재판에 아무런 편향이나 비윤리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다우어 교수를 포함해 퇴진 요구 측은 퍼스키 판사의 판결이 부당하며 특정 특권 계층에 대한 편향성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있다.
퍼스키 판사는 퇴진 요구가 SNS를 통해 퍼진 것을 지적하며 “소셜 미디어의 힘이 배심원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제도적 부패”라며 비판했다. 라도리스 콜델 판사 또한 퇴진안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것”이라면서 퍼스키 판사를 거들은 바가 있다.
이처럼 이번 퇴진안이 미투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해 특별한 제약 없이 모든 주민 및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특성의 SNS 운동과 일반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법적 절차를 따르는 사법과의 마찰로 보여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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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에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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