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학교, 교회, 식당, 마켓…여기저기서 콜록대며 훌쩍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는다. 감기와 독감의 계절 한복판, 기침하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선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이제 이민부모들에게도 익숙해진 수칙이다.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시켜선 안 되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3명 미 직장인 대상 서베이에 의하면 응답자의 25%가 “아파도 출근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81%는 같은 사무실의 동료가 계속 기침을 하면 전염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함께 회의도 하고, 점심도 먹어야 하는데… 방어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아파도 참고 출근한다”가 무려 87.1%를 기록한 한국의 직장문화와는 아예 비교불가이니 제쳐놓기로 하자).
지난주 월스트릿 저널은 재채기를 연발하며 출근한 동료에게 반격을 가하는 독감 시즌의 달라진 사무실 풍경에 대해 보도했다. 처음엔 비타민 C를 건네고 조퇴를 권하는 등 호의적으로 대처하다가 계속 ‘바이러스’를 뿜어대며 근무를 고집하면 살균제를 뿌리고 회의실 등에 ‘격리 근무’ 시키는 조처까지 불사한다는 것.
“한 사람이 아프면 모두가 아프게 되고, 나뿐 아니라 내 가족들까지 감기 전염 환경에 노출되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한 직장 여성은 말한다. 미디어의 상담코너에도 “계속 기침하는 동료에게 ‘고우 홈!’이라고 소리쳐도 될까요”란 독감시즌 에티켓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독감 예방주사 못지않게 효과적인 독감 대처는 의무적 유급병가제 실시다. 지난해 노동부 통계에 의하면 민간부문 근로자의 3분의1은 유급병가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유급병가제는 현재 각 주 및 로컬정부 차원으로 실시 중이며 연방법으로는 아직 입법화되지 못한 상태다.
전국경제연구소가 2003년부터 2015년까지의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의하면 유급병가를 의무화한 도시의 경우 입법 후 독감 발병률이 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인 도시를 기준으로 발병자가 매주 100명 씩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유급병가가 의무화되지 않은 도시에선 발병률이 줄어들지 않았다.
‘감기 출근’을 강행하는 ‘민폐’ 동료에 대한 노골적 거부감과 직설적 ‘고우 홈’ 반격은 유급병가제 도입이 늘어나면서 함께 가시화되고 있다. 유급병가는 아껴둔 채 재채기를 연발하며 나오는 ‘이기적’ 감기 출근은 왕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는데 왜 굳이 나오는 것일까. 학계에선 ‘프리젠티즘(presenteeism)’으로 설명한다. 필요이상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출근중독증‘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일이 좋아서, 실직에 대한 불안감으로,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윤리적 책임감… 등을 이유로 들 수 있다고 게리 존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설명한다.
그러나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 따르면 아픈 사람의 출근 시 생산성은 평소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아픈 상태에서 출근함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매년 1,500억 달러에 달한다.
감기에도 ‘책임있게’ 출근하는 사람들은 “견딜 만 하니까 나온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독감시즌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 “기침하고 열이 있고 콧물이 납니까? 제발 집에서 쉬세요! 당신은 현재 모두가 기피하는 ‘걸어 다니는 바이러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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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출근자는 회사나 학교가철저히 관리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