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아랫층 부엌에서 그릇 부딪치는 소리가 간간이 들린다. 딸 내외가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도 십여일이 지났다. 아이들도 모두 집에 있어 전업주부가 된 것처럼 딸은 더 바쁘다. 사무실 일도 해야 하고 다섯 식구 챙기려니 더 바쁜 딸의 일상이다.
그리 곱디곱던 얼굴엔 잔잔한 피곤함이 세 아이의 엄마임에 틀림없다는 증거이다. 오십이 넘은 딸이지만 내게는 항상 어린아이같이 보인다, 힘들어 보일 땐 도와준답시고 어쩌다 부엌에 들어 갔다간 퉁바리 먹기도 일쑤다.
그럴 땐 항암 치료 받고 있는 엄마가 안쓰러워 하는 말이겠지만 난 서운할 적도 있곤 한다.
어제는 시카고에 사는 막내동생한테서 행복한 투정이 날아왔다. 매일 마주 앉아 식사하고 차를 마셨으면서도 무심해 아내의 얼굴에 잔주름이 그리 많은 줄 몰랐다며 40여년 전 꿈을 안고 미국에 왔을 때 풋풋한 얼굴만 머리에 담고 살았다고 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내조로 시카고 대학에서 생물학 박사도, 교수생활도, 자기 좋아하는 것 하며 여생을 보내는 것에 대한 고마움인 것 같다. 동생은 74세 나이로 지금은 세 명의 손자손녀를 옆에 두고 작은 사업체를 운영 하며 살고 있다.
요즘은 번갈아 찾아오던 세 손자 손녀의 발걸음도 끊겼다. 코로나 때문에 금족령이 내렸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하면서도 “그래도 참아야지, 꼬마들을 위해서” 하고 껄껄 웃는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자식에 대한 보호 본능은 차이가 없다,
수년전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몇 자 올려본다, 뱀에게 물려가는 새끼 쥐를 구하려고 어미쥐는 뱀의 꼬리를 물고 늘어져 수 미터를 끌려갔다, 뱀은 괴로워 몸부림을 쳤지만 결국 그 괴로움을 참지 못하고 물었던 새끼쥐를 놓아 주었다는 일화다, 미물의 동물이 이런데 사람은 어떨까.
오늘 유튜브에 나온 아들을 살려낸 아버지의 권총 사건 이야기는 우연이 아니고 기적같은 사랑이다.
새끼를 구한 어미쥐 이야기와 의사의 뇌사판정으로 생명에 최후통첩을 받은 환자 아버지의 권총 사건이나 자식에 대한 절박함은 같은 심정 이었을 것이다.
암흑 같은 세상, 어찌 보면 끝이 없을 것 같은 예측불허의 현실 속에 무기로도 대항 할 수 없는 눈에 띄지 않는 적 (바이러스)과 시간을 무기삼아 버텨야 한다.
이 순간도 사람들이, 아니 어떤 가족의 일인이 속수무책으로 가족의 절규를 뒤로 하고 죽어가고 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느 누구의 탓보다 정부의 정책에 동참하여 각자의 돌봄, 가족의 돌봄, 세계인들의 돌봄으로 지구를 들썩이는 코로나바이러스의 팬데믹을 막아야 한다.
이럴 땐 인류가 뭉쳐야 하는 공존의 가치의식이 꼭 필요한 때다.
<소병임(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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