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 정장 차림 기숙사 점호
▶ 동영상 공개되자 조회 3억건, 학련까지 나서 “사과” 성명
중국의 대학 여학생 기숙사. 검은 정장을 맞춰 입은 선배 언니들이 차례로 들어오자 양편 침대 앞에 줄지어 서 있던 신입생들이 “선배님 안녕하세요”라고 일사불란하게 외친다. 행동대장 격인 여성이 “앞으로 우리 여섯 명의 얼굴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라며 “우리가 다녀가고 나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다”고 잡도리를 시작한다. 심지어 “우리 외에는 누구도 너희들을 단속할 수 없다”고 다그친다. 마치 군대에서 훈련병들의 점호시간을 연상케 하는 모습이다.
‘검은 정장 6명’은 학생회 간부들이었다.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 큰 여성이 앞으로 나서자 옆에서 “생활부장”이라며 깍듯이 이름과 직책을 소개한다. 그리고는 책상 밑과 창문, 침대 위 등 곳곳을 가리키면서 청소 상태를 점검한다. 이들은 한바탕 군기를 잡은 뒤 나가면서도 “학생 침실은 표준화가 돼 있다”며 “반드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훈계를 잊지 않았다.
지난달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1분39초 분량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되자 중국 여론이 들썩였다. 소셜미디어 웨이보 조회수는 사흘 만에 3억 건을 넘었다. 분위기가 너무 살벌해 “조폭 영화의 한 장면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다. 알고 보니 작년 10월 중국 헤이룽장 직업학원(전문대학의 일종)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학교 측은 다음 날 바로 입장문을 냈다. “확인 결과 동영상 내용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해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담당 교사를 면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대학 위챗 계정에 “학생회 가입은 마치 작은 새가 하늘을 날듯이 스스로 단련하고 일과 사람을 배우며 성장해 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글이 올라와 학생들에게 상당히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뒤늦게 실상이 까발려진 셈이다.
그런데 정작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한 건 대학이 아닌 ‘중화전국학생연합회(학련)’였다. 학련은 2일 장문의 사과문을 내고 “개학 시즌을 맞아 일부 학교 학생회 선배들이 신입생을 맞이하는 상견례에서 학우들을 섬기지 않는 불량한 언행을 보였다”며 반성의 뜻을 표했다. 이어 “학생회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남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면서 “조력자로서 봉사할 뿐 벼슬이나 후광이나 위세를 얻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거침없이 자아비판을 했다.
이번 사태가 엄중하다고 판단한 학련은 중국 공산당의 청년조직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도 거론했다. “공청단에게 학생회를 맡긴 것은 당의 묵직한 당부”라며 “학생회를 잘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공청단 본연의 임무이자 정치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7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거치며 당원의 솔선수범을 강조해온 사회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