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억제 협정 ‘뉴스타트’ 따른 상호 사찰에 ‘어깃장’
▶ 주미 러 대사관 “서방의 영공 폐쇄로 미국행 차단돼” 주장
러시아가 미국에 핵시설 사찰을 다시 허용하려면 먼저 러시아를 상대로 한 항공 제재가 풀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주미 러시아 대사관은 미국 뉴스위크에 20일(현지시간) 보낸 서면 답변에서 양국 간 핵억제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에 따라 핵시설 사찰을 재개하는 데 이같은 조건을 제시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미 동맹국은 미국으로 향하는 우리 사찰단이 탄 러시아 항공기를 상대로 영공을 차단했다"며 "우리 사찰단 인원과 승무원은 환승비자를 받을 수 없는데, 미국은 이런 문제가 없어 명백한 이점을 누린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실전 배치 규모를 제한하기 위해 2010년 체결한 것으로, 양국이 핵탄두 수를 1천550개 이하로 줄이는 것과 함께 핵관련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뉴스타트에 따른 상호 사찰은 팬데믹 여파로 2020년 초부터 잠정 중단돼오다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개를 요구했지만 러시아가 지난 8일 거부 의사를 표하면서 다시 가로막혔다.
러시아 항공기가 미국과 그 동맹의 영공에 진입하지 못하는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전이 발발한 2월 말 이후 러시아 항공사를 상대로 하늘길을 차단하는 제재를 부과했다. 유럽연합(EU)이 역내에서 러시아 항공기의 이착륙과 비행을 금지한 데 이어 미국도 자국 영공 비행을 금지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뉴스위크에 "(제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찰을 재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뉴스위크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제재와 (러시아에 대한) 제한 조치는 뉴스타트와 상충하지 않고 러시아 사찰관이 미국에서 사찰하지 못하도록 막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외교 채널을 통해 사찰 재개를 위해 러시아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최근의 현장 사찰은 언제 이뤄졌냐는 뉴스위크 질의에 미 국무부 대변인은 협정에 따른 기밀 사항이라고 함구하면서도 미국은 러시아가 협정의 핵심 제약사항은 지키고 있다고 평가한다고 답변을 대신했다.
한편으로는 양국은 뉴스타트 협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러시아 대사관은 뉴스타트에 대해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 유일하게 작동 중인 핵무기 협정"이고 "전략적 안정성을 유지하고 군비경쟁을 막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군비 제한의 금본위제"라고 평가하면서 이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18일 브리핑에서 미국은 뉴스타트가 가치 있다고 평가한다며 "뉴스타트의 중요 척도가 계속 적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스타트는 2011년 2월 발효한 10년 기한 협정으로, 일단 양국 합의로 2026년 2월까지로 연장됐으나, 미러 관계가 경색되고 중국의 부재 등 실효성 논란이 일면서 추가 연장 협상은 답보 상태다.
지난 1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뉴스타트를 대체할 신규 무기억제 구상을 신속히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지만 러시아 반응은 냉담하다.
이에 대해 프라이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에서 발표한 대로 러시아만 원한다면 미국은 뉴스타트 대체안을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공은 러시아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러시아 대사관은 뉴스위크에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양국 대화 재개와 관련해 미국으로부터 구체적인 제안을 받은 게 없다"고 책임을 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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