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 직접 비난 없이 “전쟁 종식 위한 국제사회 동참” 호소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에도 “깊은 우려” 표명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2층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를 행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프란치스코 교황이 9일(이하 현지시간)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축일인 부활절 미사를 집전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과 분쟁 종식을 간곡하게 호소했다.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부활절 야외 미사를 집전한 뒤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라틴어로 '로마와 전 세계에'라는 뜻)에 앞서 낭독한 부활절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강조했다.
교황은 이날 부활절 메시지에서 "평화를 향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여정을 도와주시고, 러시아 국민들에게 부활절의 빛을 비추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사람을 위로해주시고, 포로들이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며 "이 전쟁과 세상의 모든 분쟁과 유혈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도록 국제 사회 전체의 마음을 열어주소서"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프란치스코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전쟁을 규탄하며 평화를 촉구해왔다.
교황은 전쟁 초기에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삼갔지만 점차 '침략'과 '잔학 행위'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며 러시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겪는 고난을 1930년대 옛소련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야기한 기근 학살에 빗대어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교황은 이날 부활절 메시지에서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자제하고 전쟁 종식을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25일 성탄 메시지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식량의 무기화 중단을 촉구했을 뿐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은 담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국민들에게 부활절의 빛을 비추소서"라는 메시지에 대해 교황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진실을 규명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격화된 이스라엘 당국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뒤 정치·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튀니지·아이티·에티오피아·남수단· 미얀마 등의 사례를 거론하며 평화와 안정을 되찾기를 희망했다.
올해 86세인 교황은 지난달 29일 기관지염으로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가 사흘 만인 지난 1일 퇴원했다.
이후 교황은 지난 7일 로마 콜로세움 앞 광장에서 열린 '십자가의 길' 예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교황청은 쌀쌀해진 날씨 탓에 교황이 불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다음 날인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열린 부활절 성야 미사를 집전하며 대중 앞으로 돌아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시간 넘게 진행된 미사 중 때때로 기침하기도 했으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을 보였다.
부활절인 이날, 이틀 연속 미사를 집전한 교황은 미사가 끝난 뒤, 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 주변을 돌며 신자들과 반갑게 인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활절 메시지 낭독과 강복은 성 베드로 대성전 2층 중앙 '강복의 발코니'에서 이뤄졌다.
교황청은 10만명의 신자와 순례자들이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해 교황의 강복을 받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가 기증한 3만8천 송이의 꽃이 예수가 부활한 날을 맞아 성 베드로 광장을 장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