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갈륨·게르마늄 수출 제한…옐런 방중 앞 협상력 끌어올리기
▶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접근 차단…대선 앞둔 바이든도 중 압박 지속 “반도체 산업 전반 영향 미칠 것”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반도체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를 둘러싼 상호 견제도 계속 심화, 악화되고 있다. [로이터]
‘대화를 통한 긴장 관리’에 합의한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전쟁’이 되레 격화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한 맞불 조치로 갈륨, 게르마늄 등 반도체 핵심광물 수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이 클라우드 컴퓨팅을 통해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이달 6~9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등 고위급 협의가 활발해지면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신경전이 가열되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일 “중국이 광물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며 “이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도했다. 전날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질화갈륨, 산화갈륨, 인화갈륨, 갈륨비소 등 갈륨 관련 품목 8개와 이산화게르마늄, 사염화게르마늄 등 게르마늄 관련 품목 6개를 정부 승인 없이는 수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해당 품목 수출업자는 다음 달 1일부터 수출 신청서를 사전에 제출한 뒤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갈륨, 게르마늄은 첨단 반도체와 통신 장비, 발광다이오드(LED), 태양광 패널, 야간 투시경,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금속이다. 갈륨 화화물인 갈륨비소는 고성능 반도체에 널리 쓰이며 질화갈륨은 미군이 개발 중인 최첨단 레이더의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광물이라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과 게르마늄의 94%, 83%씩을 생산할 정도로 세계 시장에 막강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2018~2021년 미국이 소비한 갈륨의 53%가 중국산이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옐런 장관의 중국행을 앞두고 막강한 광물 공급력을 지렛대 삼아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앨라스테어 닐 미국 주요광물협회 이사는 “미국이 고급 (반도체) 칩을 보내지 않으면 중국 또한 칩에 필요한 원료를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중국의 이번 조치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 즉각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도 반격 준비를 마쳤다. WSJ는 “미국이 몇 주 안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접근을 막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단행한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첨단 반도체를 구매할 수 없도록 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우회로로 활용해 왔다. 조지타운 안보·첨단기술센터의 에밀리 와인스타인 연구원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 기업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 A100을 구매할 수 없지만,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합법적으로 A100을 사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가 조치를 통해 중국의 첨단 반도체 구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블링컨 장관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고위급 대화를 재개해 고조된 양국 간 긴장을 관리하자’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양국은 여전히 서로를 불신하고 견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딜 브라 대만 국립정치대 연구원은 “내년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중국 압박을 완화화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미중의 기술 전쟁은 중장기적으로 더 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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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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