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관광객 밀집 등 훼손, 문화유산 보호 당국 노력 부족”
▶ 유네스코, 블랙리스트 등재 경고…자칫 세계문화유산 퇴출 우려도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에서 관광객들이 곤돌라를 타고 있다. 이날 유네스코는 기후변화와 과잉 관광으로 시달려온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로이터
이탈리아 ‘물의 도시’ 베네치아가 “기후변화와 난개발, 관광객 밀집으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며 유네스코의 경고장을 받았다. 오는 9월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제45차 회의에서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목록에 올라가면 세계문화유산 지위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 유네스코는 1987년 베네치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인정해 섬 118개로 이뤄진 도시 전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3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베네치아를 ‘위험에 처한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베네치아를 블랙리스트에 올릴지 여부가 9월 회의의 잠정 의제로 채택됐다.
유네스코는 극심한 훼손 위기에 처한 세계문화유산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특별히 관리한다. 유네스코가 제시한 보호 대책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으면 세계문화유산에서 퇴출되는 식이다.
베네치아의 지위가 불안정해진 이유는 총체적이다. 유네스코는 “인간이 유발한 변화와 자연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산의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손상시켰다”며 “오랜 기간 이 문제가 지속됐음에도 중앙·지방 정부의 노력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했다.
고층빌딩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은 도시 미관을 해쳤고 도시 특성상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에 취약한데도 대비가 부족해 비가 오면 도시 전체가 물바다가 되는 일이 잦다. 매년 2,8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탓에 ‘리알토 다리’의 난간이 부서지거나 균열이 생겨 통행이 금지된 적도 있다.
문제는 마땅한 자구책이 없다는 것이다. 만성적인 재정난과 부패 스캔들 때문에 상습 침수 지역 인공장벽 설치 등 홍수예방시스템 완공은 36년이나 걸렸고, 이마저도 예산 부족으로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칼레 궁전 등 주요 유적에 코카콜라 광고판을 달아 얻은 수익으로 유적지 개·보수 비용을 충당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긴 지도 오래다. 2019년 대홍수로 산마르코 성당 등의 복구에 수조 원이 소요되자 이탈리아 정부는 국제모금운동을 벌였다.
2년 전에는 베네치아 시장이 일종의 ‘충격요법’으로 유네스코 손을 빌렸다. “밀려드는 관광객 때문에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다”는 민원에도 중앙정부가 초대형 크루즈 입항을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자 베네치아 시장이 유네스코에 “우리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달라”고 공개청원한 것이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즉각 대형 크루즈 입항을 통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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