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우리의 육체는 조금씩 기능을 잃어버리는게 정상일게다. 그런데 노인들에게 육체의 질환보다 더 두려운 병을 꼽는다면 바로 치매다. 치매는 내가 불편한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양로원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모든 멤버가 함께 거주하는 시설이다. 양로원에 거주하시는 많은 분들이 치매와 관련된 약을 복용하시는데, 직접적으로 치매약이라 표현하지 않고 신경안정제라는 배려의 명칭이 사용된다.
사실 양로원 멤버들이 처음 입소하실때에는 대부분 강한 거부감을 보인다. 본인 스스로 아직 양로원에 거주할만큼 늙지 않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인듯, 자신들을 양로원에 모신 자녀들에게 원망 가득한 눈길과 언행으로 소동을 피우곤 하신다. 학력이 높거나 미국생활을 오래 하신 분들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지시를 순순히 따르지 않고, 때론 양로원에서 탈출하려고도 하신다. 마치 갇혀있다는 느낌이 드시는 모양이다.
치매의 행동은 다양하다. 본인이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는고로, 같은말의 반복은 다반사이다. 오늘 한바탕 서로 욕지거리를 해대며 싸우시다가도 다음날이면 무슨 일이 있었던가 싶게 두손을 마주잡고서 “우리는 아주 궁합이 잘 맞는 사이에요” 말하신다. 머리속에 있는 기억의 마지막 자락이 한국 용산역 부근일까 싶게 그곳으로 데려다 달라거나 혹은 차비를 달라 요청하시고, 여직원에게는 딸 대하듯 두런두런 옛날 이야기를 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하신다. 지갑에 고작 5불 들어있는데도 내가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낮에 계속 주무시면서 정작 밤이되면 한잠도 못잤다고 수면제를 내놓으라 성화를 부리시는가 하면, 저녁에 더운물을 틀어놓고 잠그는 것을 잊어버린 채 그냥 주무시는 바람에 온밤 내내 방안이 한증막처럼 되고 그 더운물이 아래층까지 흘러넘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직 60대인 내 자신이 20년 후에 바로 여기에 있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을 하면 그분들을 대함에 항상 조심스럽다. 앞으로의 치매 예방차원으로 난 요즘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고 매일 15분씩 스패니쉬Spanish를 공부한다. 걷기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해서 가능하면 자주 걸으려는 노력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 숨이 다할 지 모르는 지금 이 순간에 서서히 내 주변정리를 시작해야 할 것과 또 매사에 긍정적인 사고로 감사함을 일상에 채우며 사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해인 수녀님이 고백한,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라는 가짐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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