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트 호벤에서 한스관광과 함께 한 일행들.
오늘은 지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움직임을 경험한 날이다. 베르겐 출발, 아름다운 피오르드 경관을 보기 위해 최종 목적지 보스로 가는 산악열차를 타러 보스역(Voss Station)으로 출발한다.
노르웨이 날씨, 특히 베르겐(Bergen)은 유럽에서 가장 비가 자주 오는 도시 중 하나로, 하루에도 날씨가 여러번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맑았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흐린 날이 많아 파란 하늘을 보기 어려웠던 게 여행 중 경험한 날씨다.
특히 산악지대와 피오르드 근처는 구름과 안개가 많이 끼어있었다. 따라서, 노르웨이 여행 시 우비와 우산, 그리고 따뜻한 옷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스(Voss)에서 출발한 보스바넨(Vossebanen) 기차는 오슬로(Oslo) 방면 주노선을 따라가므로 중간 지점인 미르달(Myrdal)에서 내려 플롬 철도로 갈아타야 했다. 플롬(Flam)에서 미르달(Myrdal)을 왕복하는 기차인 플롬 철도(Flamsbana)는 기차가 아니라 이야기의 선로였다.
해발 2미터에서 867미터까지 오르내리며 굽이치는 절벽과 초록의 계곡을 가로지르는 이 철도는 단 20km 남짓이지만 수천 년의 자연과 인간의 투쟁이 압축된 공간이다. 20개의 터널을 지나고,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철도로 케이블이나 톱니바퀴 없이 가는 철도다. 기차는 차분히 달렸지만, 마음은 정신없이 흔들렸다. 창밖에 펼쳐진 경관은 거의 초현실적이었다.
드디어 도착한 웅장한 산과 폭포 사이로 붉은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훌드라 마녀의 전설로 유명한 효스폭포(Hyos Fall)!
깊은 숲과 계곡에 살며 사람들을 홀린다는 신비로운 숲의 요정 훌드라(Huldra)마녀가 긴 금발 머리, 아름다운 목소리와 유혹적인 몸짓으로 지나가는 이들을 유혹해 그녀를 따라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플롬 철도가 효스 폭포 앞에 멈추자 빨간 드레스를 입은 훌드라 마녀가 음악에 맞춰 폭포 옆 절벽 위에 등장하여 춤을 춘다. 시원한 물안개와 함께, 잠시나마 북유럽 설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효소 폭포의 훌드라 퍼포먼스는 노르웨이 여행에서 절대 놓치지 말하야 할 특별한 경험이다.
계속해서 보이는 폭포는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고, 바위 틈 사이에는 인간이 간신히 뚫어낸 터널들이 이어졌다. 그 터널은 마치 인간의 집념이 만든 물리적 철학서 같았다.
이어 도착한 플롬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19세기 말에 지어진 유서 깊은 프레트하임 호텔(Fretheim Hotel)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플롬의 조용하고 푸른 산자락 아래, 점심 뷔페로 즐긴 식사는 노르웨이 전통 풍미를 만나는 경험이었다.
인상 깊었던 건 짙은 갈색 호밀빵. 폭신한 식감은 아니지만, 씹을수록 고소함이 깊어지는 맛으로 그 위에 부드럽게 녹아드는 맛이 풍부한 버터 한 조각과 캐러멜 같은 풍미를 가진 브라운 치즈를 얹어 한입 베어 물면 북유럽의 바람과 향이 입안 가득 번지는 기분 좋음이 느껴졌다.
노르웨이는 북대서양과 북극해, barents Sea가 만나는 곳에서 대구, 연어, 청어, 정어리, 고등어와 같은 다양한 생선들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덕분에 훈제 연어, 절인 연어, 양파와 머스터드소스에 절인 청어, 오일에 재운 청어, 카레 향이 감도는 절임 청어까지 다양한 생선요리를 즐길 수 있었다.
노르웨이의 맛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 안에 자연과 사람, 시간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맛있는 점심 식사 후 선착장에서 페리를 타고 송네 피오르(Sogne-fjord)로 향했다.
노르웨이 여행의 진짜 진수는 피오르(또는 피오르드, Fjord). 피오르드는 수천만 년 전, 빙하가 거대한 산을 깎아내며 만들어낸 깊고 길게 들어온 바닷물의 협곡을 말한다. 가파른 절벽 사이로 길게 뻗은 에메랄드빛 물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그림이고, 또 하나의 시다.
송네 피오르(Songne Fjord)는 세계에서 가장 긴 피오르 중 하나. 빙하가 수천 년에 걸쳐 조각한 대지의 흔적은 그 자체로 자연의 예술이었다.
물 위에서 보는 절벽은 벽화 같았다. 하지만 이 피오르에는 전설도 함께 흐른다. 노르웨이 민속 이야기에서는 폭포마다 정령이 살며, 절벽은 고대 신들의 싸움터였다고 한다. 이야기가 자연에 깃든 이 땅에서, 여행자는 단순한 관람자가 아니다. 우리는 전설 속으로 들어가 연기하는 배우가 된다.
만헬라-포드네스까지 구간 페리를 타고 피오르를 감상하며 로엔으로 이동하여 마침내 호텔 로엔 피오르(Hotel Loenfjord) 호텔에 체크인 한다.
호텔 룸에서 창문을 열면 바로 내다보이는 폭포에서 내려온 강물 흐르는 소리와 멀리 빙하를 바라보며 가슴 벅참을 느낀다. 호텔 저녁식사 후 이곳 일몰이 저녁 10시 50분이라 아직 밖이 환한 것을 활용하기 위해 한스관광 일행은 호텔 바로 뒤에 있는 로엔 스카이 리프트(Loen Skylift)를 타고 1,011m 의 호벤산(Mount Hoven) 정상에 올랐다.
말발굽 모양의 조형물 너머로 펼쳐지는 장엄한 피오르드, 노르피오르드(Nordfjord)의 아름다움은 또 하나의 감동적인 파노라마다.
또 한편의 그림같은 하루가 내 마음속에 생생한 푸른빛과 싱그런 향기를 남겨놓고 천천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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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임광숙 여행 인문학 작가,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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