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셰인바움, 마초사회 ‘200년 유리천장’ 깨…지지율 70%대 행진
▶ 판사직선 시행·복지 강화 성과…美관세·USMCA 협상 ‘첩첩산중’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로이터]
멕시코에서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후 200년 만에 여성으로서 첫 국가 지도자에 오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3) 대통령이 10월 1일(현지시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한반도(22만㎢) 9배가량 면적(197만㎢)에 1억 3천만명이 살고 있는 멕시코 내 '최고 권력 유리천장'을 깬 셰인바움 대통령은 고질적인 '남성 우월주의'(마초) 문화를 조금씩 걷어내며 지난 1년간 여성 인권 신장과 더불어 국민적 자존감을 고양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판사 직접선거제 안착, 복지 강화, 교육시설 규모 확대, 역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등을 주요 성과로 삼는 셰인바움 대통령의 리더십은 이제 '미국 우선주의'로 대변되는 도널드 트럼프(79) 대통령의 어젠다 앞에서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 꺾일 줄 모르는 '쁘레시덴따' 지지세
셰인바움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시장(2018∼2023년)을 지낸 유대계 가정 출신 좌파 정치인이다.
물리학과 공학을 공부한 그는 그간 많은 멕시코 대통령과는 달리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 영어에도 능통하다. 몇 차례 정상 외교에서도 자연스럽게 영어를 쓰는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지난 1년간 셰인바움 정부는 사회 전반에서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예컨대 전임자인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전 대통령의 '유산'에 따라 매일 아침 1∼2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하는 셰인바움 대통령은 보충 설명을 부탁하기 위해 장관, 실무자, 원주민 대표 등을 배석시키는 경우가 잦은데, 그 자리에 대부분 여성과 함께했다.
멕시코 정상은 또 '조용히 있으면 더 예뻐 보인다'는 등의 표현을 배격하며 "이제 멕시코에서 이런 말은 통하지 않으며, 멕시코는 여성의 시대를 보내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장관 성별을 남녀 동수로 맞춘 셰인바움 대통령은 성평등 보장 개헌, 여성부 신설, 여성 중장년 교육 기회 확대 등 일련의 정책도 주도했다.
주민들은 최근 주말마다 지역을 순회하는 그에게 "쁘레시덴따"(Presidenta)를 연호하며 지지 의사를 보인다. 스페인어에서 대통령을 뜻하는 남성 명사는 'Presidente'(쁘레시덴떼)이고, 여성 명사 대통령은 'Presidenta'로 표기한다.
엘피난시에로가 9월 11∼15일과 18∼22일에 걸쳐 멕시코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해 긍정 평가를 한 응답자는 7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취임 첫 해 주요 성과로 사법부 개혁 일환의 판사 직선제, 고등학교 신설 및 중학교 정원 확장, 사회보장(IMSS) 복지 프로그램 강화,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도입, 역대 최고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 등을 꼽았다.
특히 세계 최초로 모든 법관을 국민 투표로 뽑는 직선제의 경우 그는 "국민들에게 모든 선택권을 돌려줬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6월 치러진 선거에서 투표율은 13% 안팎에 그친 데다 부정투표 논란까지 일어 야당으로부터 강하게 비판받기도 했다.
◇ 최대 골치 '트럼프 대처' 뇌관 여전
셰인바움 대통령이 자기 취임 때만큼이나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후다.
고율 관세와 이민자·마약 밀매 등을 둘러싼 미국과의 외교적 갈등 증폭 위기를 견뎌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발판 삼아 정치력을 더 키우는 모습을 보여서다.
과학자 출신의 멕시코 정상은 위기 상황에서도 냉철함과 신중함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도 통하고 있다는 게 주요 외신의 분석이다.
그는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25% 관세 부과 결정을 철회시키기 위해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는 한편 '보복 조치'나 '플랜 B'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조용히 협상하는 자세로 정상 간 소통 여지를 넓히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월 기사에서 멕시코 대통령 보좌진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전 셰인바움 대통령은 각료 및 기업인 등 관계자와 상의하고 미국 대통령 발언을 철저히 연구한다"며 "(셰인바움은) 트럼프의 모욕적 언사에 불쾌감을 표하는 대신 침착하게 사실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기 6년 중 첫해를 보낸 셰인바움 대통령에겐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더 어려운 담판을 해야만 하는 도전 과제가 여전히 앞에 놓여 있다.
특히 내년 재검토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에서 아예 재협상을 촉구할 것으로 관측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관련 논의는, 그 결과에 따라 멕시코 경제를 뒤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
멕시코는 USMCA를 기반으로 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니어쇼어링(인접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 최대 수혜국으로 꼽힌다.
전 세계 블록경제 통상 질서의 거대 축 중 하나인 USMCA를 계기로 미국과의 상호 무역 의존도를 고도화하며 경제 성장을 가속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 '북미 3국 경제 통합' 전선은 관세 전쟁통에 균열 조짐을 보이는 데다 트럼프 미국 정부에서 3국 간 협상이 아닌 개별 양자 협상 기조를 띄우고 있어서, '최대 무역 파트너' 지위를 사수하기 위한 셰인바움 대통령의 고심은 커질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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