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는 언어·인종·종교와 상관없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문화이자 놀이다. 일본은 장켄폰, 중국은 차이차이차이, 영국은 록 페이퍼 시저스, 미국은 로샹보, 독일은 슈니크 슈나크 슈누크, 튀르키예는 카이트 타시 마카스라고 부른다. 앞과 뒤로 나뉘는 동전 던지기와 달리 가위-바위-보가 서로 맞물려 이기고 지는 만큼 절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 선생은 2005년 펴낸 ‘가위바위보 문명론’에서 “반은 열리고 반은 닫힌 가위가 있기에 비로소 주먹과 보자기는 양국의 문명대결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한국(가위), 중국(보자기), 일본(주먹)의 동북아 3국이 서로 공존과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새 문명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캐나다 토론토의 세계가위바위보협회 조사에 따르면 통계적으로 바위를 낼 확률이 35.4%, 보는 35%, 가위는 29.6%라고 한다. 그러면서 초보자에게는 보를 내고, 베테랑에게는 가위를 내고, 비겼을 때는 이미 낸 것에 지는 것을 내라고 조언한다. 가위로 비겼다면 상대는 다음에 바위를 낼 테니 보를 내야 이긴다는 것이다. 중국 저장대 연구팀은 연속된 게임에서 바위→보→가위 순으로 손을 바꿔가는 경향성을 발견했다.
■ 가위바위보는 K방산의 흑역사로 남아있다. 2020년 38억 원 규모 다목적 무인차량 시범사업을 놓고 국내 굴지의 방산기업이 겨뤘는데 양측 모두 성능기준을 충족한 데다 입찰가로 0원을 써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이에 방위사업청은 가위바위보로 종지부를 찍었다. 육군의 숙원사업을 웃음거리로 만들며 공정성 시비를 자초했다. 정부 정책을 이처럼 무책임하게 결정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 논란의 그 사업이 재개됐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병력보호, 정찰, 수송을 도맡아 미래 지상전의 핵심으로 꼽힌다. 496억 원 규모의 1차 사업에 더해 시장 선점과 향후 2·3차 사업까지 감안하면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5년 전과 같은 업체 두 곳이 다시 뛰어들었다. 평가방식을 놓고 벌써부터 잡음이 들린다. 더 이상 잡음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국방을 신뢰할 수 있다.
<김광수 /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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