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당 전당대회에 쏟아 붓는 기업 자금 엄청나
공화당은 오는 31일부터 8월3일까지 필라델피아, 민주당은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로스앤젤레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2000년 대통령 선거 후보를 지명하지만 요즘 전당대회는 정치 보다는 비즈니스와 더 많은 연관을 맺고 있다. 도시나 기업들이 자기 선전을 하고 마케팅 기회를 탐사하고 인맥을 다지는 거대한 축제장으로 그 규모로 치면 올림픽이나 수퍼보울에 버금갈 정도다.
예를 들어 ‘필립 모리스’사는 요즘 전당대회장에서 대의원들에게 나누어줄 당나귀 모양 마카로니와 코끼리 모양 마카로니 제작에 여념이 없다. 전국의 힘있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필립 모리스사가 담배 뿐만 아니라 ‘크래프트’ 마카로니도 파는 회사라는 사실을 일깨워줄 심산이기 때문이다.
필립 모리스 이외에 ‘모토롤라’, ‘마이크로소프트’, ‘US 에어웨이’, ‘유나이티드 에어라인’ 같은 대회사들은 각각 페이저나 소프트웨어, 항공권 같은 제품 뿐만 아니라 때로는 헌금까지 제공한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생긴지 3년밖에 안된 ‘제레미 마이크로배치 아이스크림’ 같은 작은 회사도 1만5000명의 기자들이 모일 미디어센터에 1만달러 어치의 아이스크림을 제공할 정도다.
필립 모리스는 LA에서는 담배회사의 헌금을 받지 않자 필라델피아 주최측에 25만달러를 헌금, 다운타운의 한 거리 이름을 임시나마 필립 모리스로 바꾸게 했으며 다른 기업들과 함께 전당대회에 모일 대표들에게 주는 선물 가방 마련에도 참가하고 있다.
전당대회에 열을 올리기는 도시들도 마찬가지다. 1억달러 이상 규모의 전당대회를 유치하려고 10여개 도시들이 저마다 자기돈을 수백만달러씩 내겠다면서 경쟁한다. 연방정부는 각당이 4일동안 전당대회를 치르도록 1300만달러를 지원하는데 전당대회를 유치한 도시들은 각각 3500만달러 내지 5000만달러 규모의 로컬 자금 지원을 약속한다. 주로 운송, 장식 및 도시 미화에 쓰이는 이 돈은 주로 기업들이 출연하지만 막판에 모자라면 시 정부가 차액을 메꿔야 한다.
그래서 작년의 시애틀처럼 공연히 시위대라도 잘못 진압했다가는 도시의 이미지 신장에 도움되기보다 실추 위험성이 큰데다가 기업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사려는 돈잔치로 흐르는 전당대회 유치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당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도시들은 저마다 그 경험에 흥분하며 하다못해 인근 도시나 마지막까지 경합하다가 탈락한 도시들에까지 혜택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필라델피아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재단장한 다운타운과 새 전당대회장 및 도시 자체를 관광 및 사업, 거주에 적합한 곳으로 내세우기 원하며 로스앤젤레스도 이번 컨벤션을 통해 지진과 폭동, O.J. 심슨 재판이라는 과거의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 조성된 다운타운을 선보일 기회로 삼기를 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이들 도시측에 중요한 것은 전당대회를 치르면서 떨어질 ‘떡고물’. 시카고의 연방은행은 시카고시가 1996년도 민주당 전당대회를 치르며 얻은 직접적인 경제적 이득이 1억3200만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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