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도착해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의 공항을 벗어나고 있었다. 빗길에 꽉 막힌 교통체증에 창 너머로 보이는 서울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 다 찌들은 폐허같은 구옥들. 도시 미관을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나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건물들의 외양은 또 그렇다곤 치더라도 속빈 강정처럼 썰렁하게 다가오는 것은 웬일일까. 저 건물들도 IMF로 외자에 넘어갔을까 아니면 부도를 당해 텅빈 건물만 옛날의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일까. 나의 예단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도심에 가까워 갈수록 건물은 없어지고 건물 전체를 도배라도 한 듯한 간판들의 행렬이 나타나고 간판과 간판이 삿대질하며 서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 듯, 서울은 간판들의 전쟁터를 방불하고 있었다.
시청앞에서 데모 방지용 바리케이드를 앞세우고 부동자세로 서 있는 전투경찰들이 보였다. 2개월째 계속된다던 호텔의 파업 광경이었다. 대학시절의 지긋지긋했던 6.3사태를 연상시키고, 다르다면 당시의 주동학생들이 세상을 주름잡던 시절이 있지않았던가. 요즘은 386세대라던가, 총선 당선 인사차 찾아간 청와대에서 넙죽 엎어져 절하던 희대의 만화극이 뇌리를스치고 있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간단한 아침을 먹으려 명동 지하실을 들어섰다. 걷기도 힘들 정도의 넘쳐 흐르는 사람, 사람의 물결과 여기 저기 들리는 셀폰의 아우성, 그리고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쓰레기통 하나 없는 번화가.
나는 2001년의 한국방문의 해와 2002년의 월드컵 경기 관람차 몰려올 외국인들에 비칠 서울(=대한민국)을 생각하니 전신이 오싹해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좁은 골목길의 호객행위에 실망과 후회를 안고 돌아가지나 않을까 왠지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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