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으로 가고 있었다.
예루살렘이 희망과 생할의 장터라면 예루살렘에서 서쪽으로 약 20여km 떨어진 엠마오는 희망을 다 거두고 난 마감의 마을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희망의 등불이던 예수님이 죽임을 당하자 그간의 희망을 모두 거두고 서쪽 엠마오를 향하여 가고 있었다. 뜨는 해가 시작과 출생과 희망이라면 서편에 지는 해는 마감과 절망과 죽음의 신호다.
모든 희망을 거두고 막막한 발걸음을 움직이는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시어 미래를 바라보는 희망의 눈을 뜨게 해주고 따뜻한 위로로 길을 놓아 엠마오 마을로 동행하신다. 동녘에 해가 뜨면 반드시 지고마는 것처럼 세상에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고 종교의 성립 근본이고 목숨과 인생에 예외가 없는 법이다.
그것을 우리는 잠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땅의 이민자들은 태어난 곳을 떠나 해가 뜨는 동쪽으로 왔다. 그러나 몸과 생활은 희망을 찾아 동쪽으로 왔으나 우리의 목숨과 인생은 하루가 가면 하루만큼 석양이 깔려있는 서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없이 살아가는 잠시동안의 그 길은 엠마오를 향하여 뚫려있는 일방통행의 길이다.
하루가 가면 그 하루만큼 목숨의 기럭지를 잘라내면서 서편을 향해 가는 동안 나는 누구와 동행하며 누가 나와 함께 동행을 해주는지 옆을 잠시 보아야 한다.
돈도 아니고 명예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동행하는 자가 있어야 행복하다. 집안에서는 아내가 동행자요, 부모와 아들 딸에게 동행자가 되어준다.
집 밖에서는 좋은 친구가 동행자요 동료가 동행자다. 그런데 집 밖의 동행자는 때에 따라 좋은 동행자도 되고 어느 때엔 석연치 않거나 오히려 동행하지 않느니만 못한 동행자로 변할 수도 있다.
인생길에 참다운 동행자가 하나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외롭지도 않다고 했다.
동행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살아가면서 보며 느끼며 섞이기도 하다가 어느날 멀리 헤어져 있을 때 아무도 모르게 마음속에 향수로 들어앉아 있는 사람이 동행자가 되는 것이다.
손길룡 목사님, 나에게는 동행자이다.
20여년을 만났다 헤어졌다 하면서 살아왔으나 내 마음 깊은 곳에 향수로 자리를 잡고 계신 분이다.
영락교회 부목사, 서소문교회 목사, 웨스트체스터 제일교회 목사, 한국 전라도 어디엔가 큰 교회 목사 등 그럴듯한 그 분의 전력이 나에게는 필요 없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고 목소리를 들어가며 바라보면 더욱 좋고 어려운 일이나 크고 작은 일을 상의할 때면 더더욱 좋다. 목회자의 참모습을 지닌 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손길룡 목사님을 꼽는다.
그의 집안이 평생 가난해도 욕심이 없으니 웃음이 떠나지 않고 영광을 바라지 않으니 목회를 명예로 여기지 않고 한두벌의 양복으로 걸칠 것을 다 걸쳤다고 생각하니 치장하는 화려함이 없다.
“살아가며 때때로 기도할 때 / 마음 속에 흐르는 눈물이 따스한 것은 / 아직도 당신이 나에게 섞여있기 때문이실
살아가며 때때로 찬송할 때 /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이 영롱한 것은 / 아직도 당신이 나에게 별빛이기 때문이실
살아가며 때때로 하늘 볼 때 / 마음속에 흐르는 눈물이 소리가 있는 것은 / 아직도 당신이 나 위해 기도하기 때문이실”
그렇다. 엠마오로 가는 인생길에 동행자가 있다면 살아서의 기쁨이고 죽어서도 추억이다.
한국에서의 목회를 끝내고 다시 돌아오신 동행자,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간에 경험했던 인생의 고뇌와 목숨의 고통을 비료로 삼아 목회를 다시 하시니 기쁨이 있으면 그 기쁨을 배로 해주고 슬픈 일이 있으면 그 슬픔을 반으로 줄여주는 동행자가 되어 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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