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인들의 각축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LA시장 선거는 결국 20년 간 안방을 지켜온 제임스 한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한 당선자의 아버지는 LA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케네스 한이다. 50년대부터 40년에 걸쳐 LA카운티 수퍼바이저를 지내면서 가장 양심적이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정치인으로 존경받아 온 인물이다. 한 당선자는 ‘아버지 후광’ 운운하는 주위의 냉소에도 아랑곳 않고 6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셨으면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을 것"이라며 아버지의 아들임을 자랑스럽게 말했다.
일부에서는 제임스 한 정부의 출범을 ‘한 다이내스티의 부활’로 비유한다. 케네스 한에 대한 기억이 채 잊혀지기도 전에 아들은 ‘LA의 넘버원 맨’이 됐고 딸 재니스 한은 시의원(제15지구)에 당선됐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엄정하게 지켜져야 할 시장실과 시의회가 허니문 없는 밀월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또한 이번 선거를 고비로 시의원의 절반 이상이 바뀌면서 가장 많은 입김을 행사할 네이트 홀든 시의원이 과거 케네스 한의 보좌관을 지낸 ‘한씨 집안’ 사람이라는 사실 역시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한 다이내스티’의 부활을 냉소적인 시각보다는 희망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한 당선자가 천명한 ‘열린 정부, 거리의 시장’ 공약은 케네스 한에 대한 향수와 부전자전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8년 간 주민과의 대화를 소홀히 하고 측근들을 중심으로 비즈니스 지향적 시정을 펼쳐왔던 리오단 정부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리오단 시장이 지지했던 스티브 소보로프,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가 줄줄이 낙선한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7월1일 한 정부의 출범은 시정의 일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리오단 시장의 묵은 때가 벗겨지고 20년간 한 당선자를 보좌해 왔던 시 검찰 관계자와 헌신적인 뒷바라지를 해준 선거참모들이 득세할 전망이다. 한 당선자와 친분을 유지해 온 한인 인사들의 시정부 진출도 덩달아 활발해질 조짐이다. 아버지를 닮아 약속을 지킬 줄 아는 시장의 믿음직한 모습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사심 없이 전달하는 한인사회의 집약된 노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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