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유지하는데 드는 적정 비용은 얼마일까. 정답이 없는 것 같다. 선거에 들어가는 돈이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와 돈의 관계가 날로 밀착되면서 돈이 말해 주는 선거판에 대해 갖가지 비아냥거림이 나오고 있다. ‘선두주자’란 말이 우선 그렇다. 이 뜻은 출마자가 많이 나왔을 때 당선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를 의미하는 것은 다 아는 일. 그러나 일부에서 아주 비꼬여 쓰여진다.
"선두주자란 다름이 아니고 단지 돈을 가장 많이 모으면 그 사람이 선두주자다. 출마자의 인격이니, 정책제시 능력 등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돈이 말해 주는 선거풍토와 관련해 나온 말이다.
그렇지만 이 비아냥거림에는 일면의 진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제 아무리 고결한 인격을 지니고 탁견을 갖춘 후보라도 돈이 있어야 자신을 ‘세일’(sale)할 수 있어서다.
미국의 정치판에서 ‘정치헌금=표현의 자유’라는 말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다. TV시대에 정치적 세일을, 다른 말로 해서 자신을 표현하려면 TV의 광고시간을 사야 한다. 그런데 그 돈이 만만치 않다. 그러므로 정치헌금은 표현의 자유와 직결된다는 논리다.
’출마자의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확보’해 주기 위한 정치 헌금에는 그러나 한가지 룰이 있다. 투명성이다. 이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브 앤드 테이크’의 원칙이 철저히 적용되는 게 정치헌금 게임의 방식이다.
주기만 하고 받은 건 없다. 이건 시쳇말로 ‘봉노릇’밖에 한 게 없다는 뜻이다. 모종의 이해와 관련해 밀실에서 만나 선거법이 규정한 이상의 막대한 돈을 건넸다. 그러면 스캔들이다. ‘기브 앤드 테이크’ 원칙에 따라 준 만큼 정정당당하게 혜택을 받아내는 게 정치헌금 게임이다.
과거 한인사회는 주로 ‘봉노릇’만 해왔다. 선거철이면 몇몇 사람이 한인 커뮤니티의 이름을 들먹이며 특정 정치인에게 헌금을 했지만 그저 개인적으로 생색이나 내는 게 고작이었다. 또 반대로 대가성의, 음성적인 정치 헌금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LA시장 선거와 관련해 한인들의 정치헌금 내역이 밝혀졌다. 한인들은 제임스 한 후보에게 35만여달러,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후보에게 8만여달러의 정치헌금을 각각 한 것으로 나타난 것.
이번 정치 헌금은 게임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일까. 지나친 기우라고. 그동안 하도 ‘봉노릇’만 해서 해본 소리다. 한인들의 정치 헌금에도 이제는 철저히 ‘기브 앤드 테이크’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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