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민경훈 편집위원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는 어디일까. 미국은 아닌 것 같고 유럽이나 남미, 아니면 아시아 어느 항공사가 아닐까. 그러나 정답은 하루가 멀다 하고 테러가 터지고 있는 중동의 이스라엘 국영 항공인 엘 알이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지역을 매일 같이 날아다니면서도 테러범들에 의해 납치된 것은 1968년 단 한번뿐이다. 이스라엘을 죽도록 미워하는 아랍계 자살 특공대도 엘 알기만은 납치하기를 포기한 지 오래다.
어째서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철통같은 공항의 보안 태세다. 모든 승객들의 짐을 이 잡듯 뒤지고 조금만 수상한 사람이 있으면 불러다 취조를 하는 바람에 이 비행기를 타려면 다른 비행기보다 몇 시간씩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승객들은 불평이 없다. 안전을 위해 당연히 치러야 하는 희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테러범들이 비행기에 타기도 어렵지만 타도 안에는 일반 승객과 똑같은 차림의 비밀 요원이 여러 명 기다리고 있다. 섣불리 ‘꼼짝 마’를 외쳤다가는 그 자리에서 사살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이스라엘 항공법이 여타 나라와 달리 승무원들에게 납치범에게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엘 알 조종사 중에는 납치범들이 승객을 위협하며 조종실 문을 열라고 요구하자 비행기를 급강하 시켜 이들이 쓰러지게 만든 다음 사복 경관으로 하여금 체포하게 한 사람도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승무원에게 승객의 안전을 보호할 책임을 지우고 있다. 따라서 테러범의 말을 듣지 않고 이들을 잡으려다 승객이 피해를 입을 경우 승무원들은 민 형사상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목숨을 걸고 테러범과 싸우기보다는 순순히 요구에 응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인들은 승객을 인질로 조종사들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은 27일 미 항공 안전을 보완하기 위해 공항 경비를 강화하고 기내에 사복 경관을 배치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승무원이 납치범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조종석을 비행중 완전 차단, 아무리 승객을 위협해도 조종사는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면 납치극을 벌이는 자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의 보안 태세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최저 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는 무자격자가 보안 카메라를 지키는가 하면 신원조회도 마치지 않은 직원들이 기내를 무상출입할 수 있었다. 항공 안전을 보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엘 알 케이스는 그것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 테러가 미국의 항공 안전도를 세계 제일로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