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0·26사태 후 군부치하에 한국에 살았던 사람들은 공항과 기차역 안팎에서 서슬 퍼런 총칼을 둘러매고 경계근무를 서던 군인들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한다. 당시 시국이 시국이었던 만큼 시민들은 죄 지은 것 하나 없는데도 군인들 앞을 지나갈 때마다 혹시라도 책을 잡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주눅이 들기 일쑤였다.
상황과 목적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이제 LA국제공항(LAX)에서도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을 보게 됐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병력이 LAX경비를 맡게되기는 한국전 이후 처음이라고 하니 캘리포니아 역사에 남을 일이긴 하지만 군복에 대한 ‘앨러지 반응’이 심한 한인들이 볼 땐 아무리 보안 조치라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원 세상에, LAX에 무장군인이라니...’
주 방위군 투입조치는 항공사로부터 용역을 받아 여행객 보안검색을 맡아온 사설 경비회사들에 대한 정부의 불신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이 참에 경비회사 직원들에 대한 전면 재교육을 실시하기로 하고 그 사이 주 방위군을 공항에 투입, 경비업무를 맡게 했다. 따라서 무장군인들은 단순히 전시용으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객 보안검색, 불신검문을 비롯한 전반적인 경비체계를 모두 장악하게 된다. 그것도 약 6개월 동안을.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무장군인 배치가 테러방지는 물론 여행객들의 공항에 대한 신뢰회복과 경제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항공사 관계자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관계자들은 "테러예방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관광객들이 LA에 도착해 무장군인이 순찰을 도는 모습을 보면 ‘안전하다’ 보다 ‘불안하다’는 생각을 먼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장군인의 공항배치는 단기적으로는 테러방지와 공항보안에 도움이 될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LA를 찾는 방문객들의 심리를 위축시킬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별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무장군인 말고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방법은 전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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