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권혜연(뉴욕가정상담소 소셜워커)
지난 9월 11일 대란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시는 분들이 지금도 많으리라 생각되는데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이런 예기치 못한 엄청난 사고를 당했을 때 우리가 겪는 정신적 충격을 피해 당사자나 그 주변의 가족, 친지, 모두에게 큰 시련으로 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그 충격의 정도를 완화하며 궁극적으로 그 고통을 극복하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몇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나에게 아주 중요하고도 친밀한 사람 또는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관계를 잃었을 때 우리는 상실감과 충격으로 마음이 너무 아프며 심한 경우 일시적인 우울증상도 보일 수 있다. 불의의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사람이나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에게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들이 경험하고 있는 감정들은 복잡하겠지만 일단 ‘상실감’이 가장 클 것이며 불의의 사고로 인한 상실이라면 그 사고 자체나 그것을 야기한 대상에게 말할 수 없는 분노감도 생길 것이다. 나아가, 현실을 부인하려는 욕구도 강하게 들 수 있으며 함께 하지 못했던 것, 옆에서 지켜볼 수 없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흔히 이들이 경험하는 복잡한 심리상태 중의 하나이다.
그럼, 이 복잡한 감정의 실타래들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 이런 슬픈 일을 당한 경우 그것에 대한 반응(reaction)은 남녀 성별에 따라 연령에 따라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우리 한국인은 교육을 통해 또 사회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어난 사실을 축소화시켜 받아들이거나 부인하는 것,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감정을 꽁꽁 숨겨두는 것은 그 아픔에서 벗어나 상처를 치유하는데 효과적인 일이 아닌 것 같다. 억지로 눈물을 감추려는 것 보다는 소리내어 우는 것이 감정 정리에 더 나을 수 있다.
가족 중의 한 사람을 잃었다면 집안의 아이들에겐 그 사실을 쉬쉬하거나 또 그 얘기를 꺼내는 거 자체가 서로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해서 서로 서로 감정을 숨긴 채 각자 혼자 외롭게 그 슬픔을 삭이는 일도 있을텐데 이보다는 죽음, 또는 상실이라는 이미 일어난 결과를 인정하며 받아들이고 각자의 감정들을 서로 오픈하여 공유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유익한 일일 것이다.
상담이 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이런 경우 grief counseling(그리프 카운슬링) 서비스를 병원이나 사회복지기관을 통해 받을 수 있다. 영어의 그리프라는 단어의 뜻이 ‘비탄’, ‘깊은 슬픔’을 뜻하는데 그리프 카운슬링이라 함은 가까운 사람을 잃은 상황에서 억지로 그 비통한 감정을 억누르고 현실을 부인하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그 ‘비탄’과 ‘슬픔’을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시 말하면 그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여하튼 나의 감정을 억제하고 또 솔직한 감정, 느낌들을 꾹꾹 눌러서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는 일은 결국 장기적으로 봤을 때 나의 정신건강에 무척 해로운 일이며 억제되고 표현되지 않았던 감정들을 건강하게 배출함으로써 지금의 고통스런 현실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