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한 서커스 공연장에서 흑곰이 재주를 부리고 있었다. 덩치 큰 곰이 둥근 통나무에 얹힌 널빤지 위에 올라섰다. 처음 2-3초간 좌우로 갸우뚱하더니 금새 균형을 잡았다. 받침대 통나무는 구르려 하고 널빤지 표면적이 넓지 않았지만 곰은 대형무대 위에 서 있는 듯 여유를 보였다.
한 구경꾼이 "나도 할 수 있다"며 곰 바로 옆에 놓인 같은 크기의 널빤지 위에 두발을 디뎠다. 그러자 통나무가 왼쪽으로 기울어 쓰러졌다. 재차 시도했지만 몸이 한쪽으로 몰리면 넘어지지 않으려고 반대쪽으로 너무 힘을 주어 무게중심이 그쪽으로 쏠렸고 결국 안정을 찾지 못했다.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결국 ‘곰보다 미련한 놈’이 돼버렸다.
테러사건으로 균형이 깨지면서 히스테리컬한 모습이 도처에서 목격되고 있다. 일부 공화의원들이 이민업무를 6개월간 전면 중단하자며 법안을 상정할 태세다. 느슨한 이민행정을 곧추세우려는 의도라지만 ‘이민의 나라’에서 한시적이나마 ‘이민 봉쇄’를 들고 나오는 것은 널빤지의 한쪽 끝에 서려는 것과 같다. 한 칼럼니스트는 "회교도를 모두 크리스천으로 만들어버리면 테러리즘의 조종이 울릴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렇게 치우치다간 개종은 고사하고 문명간 전쟁이 촉발되지 말란 법이 없다.
미국회사에 다니는 한 한인은 요즘 직장분위기가 썰렁하다고 했다. "테러사건 이후 백인들의 눈초리가 달라졌다. 아시안이 아랍계 테러리스트와 무관한데도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불편하다"는 이 한인은 소수계란 점 때문에 도매금으로 매도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며 볼멘소리로 투덜댔다.
점 집을 찾는 한인들이 평소보다 많게는 40%정도 늘었다는 소식도 테러 히스테리의 한 양태다. 불안감을 덜어보려는 것이겠지만, 어찌됐든 우리의 일상이 궤도를 벗어났음은 틀림없다. "지금껏 점 집을 찾아간 적이 없는데 테러가 터진 후 뒤숭숭해 한번쯤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한인들도 더러 있다.
테러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저마다 주머니 단속에 신경을 쓰고 있다. 샤핑 계획을 미루고 일단 현금을 챙긴다. 하지만 "큰일났다"며 오그라들면 불황터널 속이 점점 더 지루하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비상금을 안치해 두려는 심산이면 몰라도 "아예 돈 안 쓰겠다"는 각오라면 분명 한쪽으로 쏠린 것이다.
시계추가 한쪽 끝까지 올라가면 이내 다른 쪽 끝으로 치닫듯이, 전대미문의 테러에 심하게 동요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충격으로 잠깐 비켜놓았던 평상심을 다시금 추슬러야 한다. 사회혼란을 고소해하는 테러를 이겨내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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