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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다이어트의 기본은 ‘배고플 때만 먹기’이다. 당연한 말 같지만 먹을 것 풍성한 요즘 세상에 ‘배고플 때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은 보통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오죽하면 조크가 다 있을까. “세상에 독한 여자는 자식 버리고 도망가는 여자, 그보다 더 독한 여자는 먹을 것 앞에 두고 먹지 않는 여자”라고 했다. 그렇게 독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앞에 있어서 먹고, 남이 권해서 먹고, 심심해서 … 자꾸 먹다 보면 과체중이 된다.
다이어트의 두번째 기본은 ‘살 안찌는 것 먹기’이다. 같은 양을 먹어도 열량이 적은 저지방, 저칼로리 음식만 골라 먹으면 몸매를 어느 정도는 유지할 수가 있다.
하지만 살 안찌는 음식은 대개 맛이 없으니 문제다. 맛있는 음식 대신 맛없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것도 여간 의지가 강하지 않고는 힘들다. 대개는 혀에 당기는 대로 이것저것 야금야금 먹다보면 결국 또 체지방이 늘고 만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두가지 기본을 다 지키는 사람에게도 함정은 있다. 바로 스트레스다. 평소에는 배고플 때만, 살 안찌는 걸로 조심조심 먹다가도 스트레스가 심하면 마구 먹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다.
스트레스 앞에서도 의연해야 마침내 진짜 다이어트가 가능한데, 그쯤되면 회의론이 떠오른다 - 음식이 주는 그 달콤한 위안까지 포기해야 한다면 도대체 무슨 맛에 사는가.
미국사회가 아마도 요즘 그런 결론에 도달한 것같다. 9월11일 테러사건이후 사회 전체적으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햄버거와 아이스크림 소비량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격식 차리는 고급 식당들은 한산한데, 맥도널드, 칼스 주니어같은 패스트 푸드 식당과 아이스크림 가게는 대목을 맞고 있다.
특히 칼스주니어에서는 ‘식스 달러 버거’가 인기인데, 쇠고기 1/2파운드에 치즈를 두장씩 얻은 이 햄버거의 열량은 949칼로리, 지방 함유량은 64g이나 된다. ‘저 지방’‘저 칼로리’라는 선전문구가 붙어야 팔리던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하던 현상이다.
수퍼마켓에서도 요즘 눈에 띄게 판매량이 늘어난 품목은 캔디, 피넛버터, 냉동케익, 아이스크림등 달콤하고 살찌는 식품들. 냉동케익의 경우 9월11일 이전보다 거의 30% 가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칼로리 생각하지 않고 햄버거나 아이스크림을 마구 먹는 행위는 일종의 도피심리로 해석된다. 현실이 주는 불안에서 벗어나 유년기부터 친숙한 맛과 포만감에서 안식을 얻으려는 본능 같은 것이다. 김치나 된장국이 우리의 이민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효과와 비슷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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