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선생들이 흔히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역사에 가정이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페르시아 전에서 그리스군의 살라미스 대첩, 독립전쟁에서 조지 워싱턴의 롱아일랜드 탈출, 제2차 대전 때 히틀러의 암살 실패 등 간발의 차이로, 또는 천우신조로 세계사의 흐름이 바뀐 예가 얼마든지 많다. 얼마 전 미국의 저명한 사가들이 이런 가정들만 모아 펴낸 ‘What If’라는 책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금 와서는 부질없는 일이지만 9·11 테러용으로 사용된 비행기에 ‘총을 가진 승객이 단 한 명씩만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가정을 가끔 해보게 된다. 한 비행기에 4~5명의 납치범이 있었다고는 하나 ‘숙달된 조교’라면 총 한 자루로 이들을 사살하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만 됐다면 사상 최악의 대 참사를 예방하는 것은 물론 미 국민의 새 영웅이 태어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상은 공상에 불과하다. 일반 승객이 총을 가지고 비행기를 타는 것은 엄격히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미 최대 항공사의 하나인 유나이티드는 테러로 인한 승객 급감으로 내년에는 파산신청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17일 밝혔다. 유나이티드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안전하다는 확신이 다시 살아나기 전에는 모든 미 항공사들은 파산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안전대책의 하나는 기내에 무장 경호원을 배치하는 것이다. 무장 경호원의 효율성은 이미 입증된 바 있다. 70년대 무장 경호원이 도입되면서 여객기 납치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는 매일 3만5,000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FBI, 연방 마샬 등 연방 사법 요원 전부를 합쳐 봐야 1만7,000명에 불과하다. 한 대에 한 명씩 배치하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의 하나로 60만명에 달하는 주 및 지방 정부 경관들이 비행기를 탈 때 총기 소지를 허용하자는 안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기내에서 총질을 하다 추락하면 어떻게 하나’는 걱정은 기우다. 기내에서만 쓸 수 있는 특수 탄환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총기를 휴대하는 것에 불안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이를 허용하는 33개주 범죄 통계를 보면 오히려 일반 시민이 총을 차고 다니는 주가 범죄율이 낮다. ‘함부로 덤볐다가 총 맞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범죄 억지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이를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휴대 퍼밋을 얻으려면 일정 교육을 받도록 하는 주도 많다.
기내에 총으로 무장한 승객들이 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테러범들도 비행기 납치를 재고하게 될 것이다. 사법요원의 기내 총기휴대 허용 문제는 한번 검토해 볼 만한 아이디어 같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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