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걱 서걱 서걱, 이 소리가 아닙니다" "사각 사각 사각, 이 소리도 아닙니다" "...,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한국의 보령제약이 출시해 수십년간 애용돼 온 진해거담제 ‘용각산’의 광고문구를 기억하는 한인들이 많다.
만성 기침과 가래를 삭여주고 감기에도 효험이 있다고 해 인기를 끌었던 용각산은 제품용기 속에 넣고 아무리 세게 흔들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을 집중 선전해 재미를 봤다.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분말을 미세하게 갈았으며, 그 정제된 기술과 함께 약효도 뛰어나다는 얘기다. 용각산은 소리 없는 ‘파우더 파워’(Powder Power)를 오랫동안 과시했다.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가 요란하게 충격을 안겨주었다면, 탄저균을 하얀 가루로 변형해 자행하는 ‘백색 테러’는 소리 없이 두려움을 주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일상에 조용히 파고드는 이 테러를 걱정하고 있다.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많이 취급한다는 한 여성은 "탄저균 소식을 접하고 나니 불안하다. 의심스런 우편물을 전자렌지에 넣어 뜨거운 전자파로 살균하면 괜찮을 것 같아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도시락을 가져오는 직원들이 식사할 수 있도록 휴게실에 마련된 전자렌지가 테러 대비용품으로 쓰이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루에 한두 통씩 우편함에 들어 있는 각종 선전물에도 반응이 민감해지고 있다. 한 남성은 "지금까지는 모르는 발신처가 적혀 있는 우편물이라도 궁금해 일일이 뜯어본 뒤 버렸는데 당분간 나와 직접 관계되지 않는 편지는 개봉하지 않고 그대로 쓰레기통에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극단적인 방법은 아니지만 탄저균 테러 가능성에 다소 염려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생활패턴에 작은 변화를 주었다. 평소 손으로 편지를 뜯던 한 남성은 "요즘은 편지를 뜯을 때 도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작은 조심’이 탄저균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느 정도 위안은 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 여성은 국제전화를 계기로 ‘가루 테러’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탄저균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에 사는 어머니가 "우편물을 다룰 때 꼭 고무장갑을 낄 것"을 당부해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상 우편물을 다량으로 취급하지만 한인타운에까지 탄저균 테러를 할 것으로 생각지 않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어머니가 간곡히 말씀하시는 바람에 그대로 하고 있다"고 했다.
훅 불기만 해도 날아가 버릴 가루가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니 방심은 금물이다. 하지만 고양이 앞의 쥐처럼 ‘가루 공포’에 바짝 오그라드는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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