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인 대학시절 겨울방학 동안 이슬람 문화 강연을 들으러 다닌 적이 있다. 한남동 산꼭대기에 돔식 이슬람 중앙 성원이 우뚝 서 있어 멀리서 보면 그곳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 신비한 것이 있는 것만 같았다. 친구들은 불란서문화원과 독일문화원에서 영화를 보며 회화와 문화를 배우러 다닐 때 나는 혼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며 이슬람 중앙 성원을 들락거렸다.
한국 무슬림들의 신앙의 장소뿐 아니라 중동에 진출하는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아랍어 강좌, 이슬람 문화와 종교를 교육시키는 그곳은 일반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했었다.
강연 첫날, 아랍 지역에서 나온 공무원은 강연 일정을 소개하며 강연장에 들어오기 전 반드시 몸을 청결히 할 것을 요구했다.
비무슬림에게도 ‘우두’라는 의식을 따르라는 것인데 찬 겨울바람을 헤치고 언덕길을 올라 그 곳에 들어서면 바로 화장실로 가서 손, 콧구멍, 귀속을 깨끗이 씻어야 했다. 사람들은 발은 그냥 두고 얼굴 부위만 물로 씻는 시늉을 했다.
그 시절 빌딩에 뜨거운 물이 나오는 곳이 어디 흔하던가? 너무 추웠지만 찬물로 손을 씻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매일 몸을 청결히 하고 다섯 번씩 기도하는 그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장터에 있는 그들은 손과 머리를 바닥에 대고 몸을 구부려 무엇을 기도할까?
그 때 들은 강연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나 특별히 감명 받지 않았으니 계속 공부를 안 했겠지?
지금도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미모와 지혜가 뛰어난 샤흐라 자드의 무궁무진한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 왕에게 하룻밤의 생명을 천일 이상 보장받은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하늘을 나르는 카핏, 알라딘과 이상한 램프, 사막의 관능적인 밤과 신비한 음악, 그들의 삶에 대한 알차고 풍요로운 ‘느낌’ 같은 것들이다.
무하마드(Muhammad/AD 570-632)가 등장하면서 태동한 이슬람은 이집트, 시리아, 페르시아, 인도, 북부 아프리카 등으로 영토 확장을 해가며 피정복민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10세기 이슬람 문명을 꽃 피웠다.
인도로부터는 수학과 십진법 및 영(0)의 개념을 받아들여 1, 2, 3, 4등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와 대수학을 탄생시켰다.
물론 고전문학으로 손꼽히는 아라비안 나이트도 아라비아, 페르시아, 인도, 그리스, 이집트 등 각국 나라의 200여개에 달하는 설화의 집대성이라고 하지 않는가. 동서 교통과 동서 문화의 융합을 이룬 이슬람 문화는 그동안 미국에서 대접을 못 받고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본보 문화면에 난 뉴욕 유수의 뮤지엄에서 했던 전시회를 살펴보니 이슬람 전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 겨우 유대인 뮤지엄의 ‘이슬람 문화 속의 유대인 문화전’ 단신 기사만 찾았을 뿐이다. 웬만한 기획 특별전은 본보에서 다 다루는데 찾을 수 없는 것은 미국 사람들이 이슬람 문화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잘 모른다는 것, 그것을 이해를 잘 할 수 없다는 것과 통한다. 서로 모르니 어떻게 이해하기를 바라겠는가.
테러 이후 미국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이 평소보다 5배 이상으로 팔리고 이슬람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니 그나마 다행인 것이 이질적인 문화에 대해서 알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인도네시아, 파키스칸 등 아프간 주변 국가가 대부분 이슬람 국가여선지 반미 시위가 격화되고 있고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테러리스트가 되고 있다.
코란에는 "여자, 어린이, 노인, 약자나 병자를 억압하는 것은 결코 허락될 수 없다. 여자의 명예와 정절은 어떤 환경에서나 존중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는데 무차별 폭력적 행위는 어디서 나왔을까? 역사 공부를 다시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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