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수박에 몇 가지 과일을 믹서에 갈아서 한 컵씩 주던 집사람이 오늘은 약 한 알을 추가했다. 며칠 전 정기 신체검사 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40을 넘어 문제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관문을 나서는 나를 향해 "일주일에 고기는 한 번만 잡수라"고 엄명이다. 차를 타고 병원으로 오면서 "이거 당분간 고생께나 하게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등산을 한 나는 사실 오늘날까지 음식을 너무 가리지 않고 먹어 ‘잡식성’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무리 고기를 좋아한다 하더라도 미국 사람들의 식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하루 세끼 육류나, 생선을 거르지 않고, 식단도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도록 식사 때마다 달걀, 우유, 감자를 빼놓지 않고 먹는다.
즉 미국에서의 채식 장려는 고기를 먹되 야채의 분량을 늘리라는 뜻이지 아예 소나 말 같이 풀만 먹으라는 뜻은 아니다.
신문이나 잡지에서 성인병에 대한 기사를 보면 사람의 혈액 중 콜레스테롤이 많아지면 혈관에 지방이 축적되어 동맥경화증에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내용인즉 이렇다.
세포막과 핵에 손상을 주는 대단히 불안정한 산소분자인 유리기라는 것이 있는데, 이 유리기는 이른바 악성 콜레스테롤인 LDL에 손상을 준다. 그리고 나면 이 상처받은 LDL은 포착 세포들을 유인하고 그 후 이것들을 잡아먹는 포말 세포들이 모여들게 되어, 플라그를 형성하게 되고 혈관에 쌓이게 되며 혈관이 좁아지거나 심하면 막히게 되어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콜레스테롤도 우리 몸 안에 일정한 수준이 꼭 필요한 물질이다. 콜레스테롤 외에도 몸 속에는 여러 가지 지방이 많이 있다. 중성지방, 유리 지방산, 인지질 등이 있으며, 그중 콜레스테롤은 성호르몬, 부신호르몬, 담즙산 등 우리 몸에 필요 불가결한 것들을 만드는 자료로 쓰여진다. 그러므로 콜레스테롤 양이 지나치게 적을 경우 필요한 호르몬이나 효소 생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콜레스테롤은 음식물을 통하여 들어오기도 하지만 필요에 따라 간장 내에서 만들어진다. 문제는 현재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육류 섭취를 줄이고 채식만 하다보면 비타민 결핍증이 생기게 된다. 아침마다 비타민이니 영양제니 한 주먹씩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일시적인 방편일 뿐 권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콜레스테롤은 지방질 섭취 이외에 정신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하면 그 양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부하를 거느린 회사 관리나, 신경을 많이 쓰는 높은 직위의 사람인 경우 콜레스테롤 양이 많아지고 동맥경화나 고혈압에 걸릴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하여튼 콜레스테롤 수치에 노란 불이 켜진 나로서는 앞으로 잘 조화된 식단을 짜야겠다고 마음은 먹지만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뜻대로 안될 것 같아 고민이다.
10여년 전, 안경을 쓰고 환자를 보기 시작했을 때 느꼈던 비애가 다시금 떠오른다. 안경에 덧붙여 이젠 ‘음식조절’이라는 또 다른 동반자가 생겼구나 하니 고소를 금치 못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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