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테러사건은 물론 정치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미국의 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NFL 시즌 첫 게임을 치르자마자 발생한 이 참사로 프로 미식축구가 그 주말에 두 번째 게임을 치르지 못했고 메이저리그는 엿새 간이나 게임을 중단했는데 이는 130년이 넘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격년제로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걸프대항전인 라이더 컵 대회는 아예 금년을 거르기로 했다.
스포츠는 오늘날 크게 대중화하여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특히 스포츠 대국인 미국에서는 스포츠에 관련되지 않은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스포츠가 사회에 넓게 스며들어 있다. 스포츠를 하든 안 하든, 관심이 있든 없든, 스포츠를 전혀 외면하거나 무시하고 살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일반인들의 대화에서는 물론, 대학 교수의 강의나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스포츠 용어가 한 줄 걸러 튀어나온다. 스포츠를 모르면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예를 들어 대학 입학심사에서는 중·고등학교 때 어떤 운동에 어떻게 참여해 왔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학창시절의 스포츠 활동은 그 사람에게 큰 자산이 되고 이력서에서 두드러지는 항목이 된다는 것을 미국사회가 인정하고 있다. 과연 많은 운동선수 출신이 대통령을 포함해서 상·하원 의원, 장관, 대학 총장 등이 되고 있는데, 금방 기억하기로도 포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식 축구선수였고 부시 대통령 부자도 예일대학에서 야구선수를 지냈다. 제시 벤추라 미네소타 주지사는 흔히 천하다는 평을 받는 프로 레슬링선수 출신이다.
미국사회가 스포츠를 중요시하는 것은 최고의 사학 그룹으로 알려진 아이비 리그라는 것이 원래 하버드, 예일 등 동부의 8개 대학이 스포츠 교류를 위해서 만든 동아리라는 점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최고 명문이라는 서울대학이 예나 지금이나 스포츠를 좀처럼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과 대조적이다. Big10, PAC10, ACC 같은 미국의 주요 대학 스포츠 동아리에 속한 학교들은 스포츠뿐만 아니라 연구와 교육면에서도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대학들이다.
미국 스포츠의 중심은 뭐니뭐니 해도 야구, 미식축구, 농구로 대변되는 ‘미국의 경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이 고안해서 미국에서 시작된 농구는 특히 90년대 마이클 조단이 원맨쇼를 펼치면서 NBA 농구를 세계의 경기로 승격시킨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가슴속에 가장 미국적인 경기로 영원히 남아 있는 것은 야구이다. 야구는 크리켓이라는 경기를 미국식으로 개조한 것인데 1870년대이래 미국인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아 오고 있어 ‘미국의 놀이거리’(American Pastime)라는 이름이 붙어 있을 정도이다. 단체경기이면서도 개인이 돋보이는 야구, 긴박감이 급히 왔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지속되는 야구, 일구 일구마다 과학적이면서도 치밀한 작전이 요구되는 야구. 야구의 이런 속성들이 미국인들의 철학, 가치관, 생리에 들어맞는다고 할 수 있다. 야구는 한마디로 미국 역사와 전통의 중요한 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대중들의 관전경기인 야구, 농구, 미식축구 등과 아울러 육상, 수영, 투기 등 기본경기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는 미국의 스포츠는 또 거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독창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미국의 모습은 스포츠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수많은 종류의 대체 스포츠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를 모르면 미국을 안다고 할 수 없다’는 말은 백 번 맞는 말이다. 이번 테러참사로 미국의 스포츠가 잠시 주춤했었지만 이제 미국인들은 전국의 운동장에서 다시 함성을 지르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