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직장에서 돌발적인 사고를 당해 왼쪽 발목과 무릎을 크게 다쳤다. 당시 내가 응급실로 옮겨져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기까지는 무려 1시간40분이 경과한 후였다. 극히 사무적으로 환자를 다루던 의사의 진단은 간결했다. “뼈에 이상이 없으니 전문의사를 찾아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진단결과에 대한 의구심을 떨궈 버리지 못했다.
그후 몇달에 걸쳐 두번째 의사, 세번째 의사로 옮기며 진찰을 받았지만 뚜렷한 증세를 진단받지 못한 상태에서 직장으로부터는 꾀병으로 오인을 받을 지경에 이른 나의 심경은 착잡했다. 이미 효과를 보지 못한 물리치료를 4개월간 끌어가던 어느날 의사는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나에게“내가 어떻게 해주었으면 좋겠느냐...”고 했다. 환자가 의사를 진단하는 격이 되고 말았다.“주객이 전도돼도 유분수지!”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마음먹은 나는 담당의사 교체신청을 냈다.
넷째 의사에게 갈때는 의사 얼굴을 정면으로 보기도 싫을 지경에 이르렀다. 그 의사는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와 대면하는 순간 나는 어떤 신뢰감이 생겼다. 온유한 미소와 음성이 그렇게 만들었다. 사전에 나에 대한 기록검토가 끝난듯 자기가 권하고 싶은 방법은 MRI 단층촬영이라고 했다.
며칠후 결과가 나왔다. “복숭아뼈 부근의 인대에 이상이 보인다”며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이 결과를 알게되는 순간 나는 지루했던 미궁에서 풀려나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수술일정을 잡고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지정병원에 가면서 또 기분 나쁜 일을 당했다. 접수부를 찾아 약속시간을 확인 후 환자대기실에서 기다리는데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호명을 하지 않았다. 혹시 착오라도 생긴 게 아닌가 하여 리셉셔니스트에게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지”물었다.
투명스런 대답은 부를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한 간호사가 그로부터 1시간30분만에 짜증 섞인 어조로 호명 후, 휭! 앞장서 걸었다. 나는 더 이상 고분고분할 수가 없어“당신의 보스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보스가 나타났을 때 나는 나직한 음성으로 하나하나 지적해 나갔다. “나보다 늦게 도착한 세 환자는 이미 이곳을 떠났소. 그 이유를 설명해주시고, 가능하다면 예약명부를 보여주시오. 만족할만한 해명이 없을 시 나는 이 사건을 명백한 차별대우로 간주할 수밖에 없소”
그는 지체 없이 상황을 검토한 후 나에게 사과했다. “결코 차별대우가 아니라 집무착오라”고 변명했다. 결과적으로 코리안 아메리칸의 위상을 되찾았으며 현재 수술을 성공리에 마친 나는 완쾌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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