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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정희 편집위원>
“(테러리스트들이)민간항공기를 무기로 쓰더니 이젠 우편물인가… 분위기가 뒤숭숭해서 일할 맛이 안나요”
LA 인근 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한인직원은 요즘 “출근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우체국 일자리는 연방 공무원직이어서 봉급과 베니핏이 좋은데다, 시험공부에 이골이 난 한인들로서는 조금만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어서, 특히 초기 이민자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어온 직종.
그런데 그 ‘안정된 직장’이 지난 한두 주 사이 극도로 불안정한 직장이 되고 말았다. 워싱턴에서 우체국 직원 2명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그 원인이 탄저병일 것이 거의 확실하고, 같은 우체국의 또 다른 직원 2명이 탄저병으로 입원 중이라는 소식 때문이다. 탐 대슐 연방상원의원 앞으로 보내진 ‘탄저균 편지’가 이 우체국을 거쳐 우송되었다.
"수상한 편지를 우체국에서 미리 잡아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하지만 그건 우체국 일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LA 교외 샌타클라리타 우편처리 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한인 직원은 ‘수상한 우편물 조심’도 일반인들에게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 우체국에서 하루에 처리하는 우편물은 거의 500만개. 소포 같은 것은 손으로 분류하지만 일반 편지는 대개 기계로 하기 때문에 그 많은 우편물들을 일일이 살펴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제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해도 탄저균 담긴 편지가 우편물 더미 속에 포함돼 있으면 균이 대기 중에 남아 감염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전에는 우편폭탄이 항상 마음에 걸렸어요. 우편물 더미에 섞여 있다 터지기라도 할까봐 불안한 것이지요. 하지만 ‘설마 그게 내 손을 거쳐가랴’하는 마음으로 일해 왔는데, 이제는 (경계 대상으로) 탄저균이 하나 더 추가되었어요.”
탄저균 소동 이후 우체국 직원들은 작업 중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하고, 우편물 처리기계 청소시 공기로 불어 먼지를 털던 방식 대신 진공 소제기로 빨아들이는 방식을 쓴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흰 가루라도 눈에 띄면 히스테리컬한 반응이 나타난다.
"우체국에서 흰 가루는 희귀한 게 아닙니다. 세제나 케익믹스 회사들이 샘플을 많이 우송하는데, 그 봉투가 가끔씩 터지거든요. 전에는 흰 가루 나오면 ‘샘플이 터졌구나’ 하고 그냥 넘어 갔는데 요즘은 우체국 전체가 난리가 납니다.”
테러와의 전쟁-언제나 끝날지, 아프간 전선의 군인들뿐 아니라 전국의 80만 우정국 직원들도 하루가 여삼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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