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 박봉현 편집위원
아주 오래 전 아일랜드에 잭이란 이름의 노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잭은 구두쇠로 악명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하루는 길에서 악마와 맞닥뜨렸다. 악마가 쉬지 않고 따라오자 잭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길가에 있던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따먹어 보라"고 권했다. 악마가 나무에 올라가자 잭은 갖고 있던 칼을 꺼내 사과나무 밑동에 십자가를 그렸다. 나무 위에 있던 악마는 소스라쳤고 다시는 잭을 괴롭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얼마 후 잭이 세상을 떠났다. 평소에 남에게 못되게 굴었던 잭은 천당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지옥으로 향하던 잭은 지옥문 앞에서, 그 악마를 만났다. ‘사과나무 사건’으로 혼났던 악마는 잭을 알아보고는 지옥문을 굳게 걸어 잠갔다.
잭의 영혼은 기댈 곳이 없이 떠돌아다녀야 할 신세가 됐다. 오갈 데 없는 처지에 이른 잭은 악마에게 암흑 속에서 길이라도 찾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애걸했다. 그러자 악마는 지옥의 불덩어리 하나를 내던져주었다. 잭은 그나마 이 불덩어리를 호박 속에 담아 들고는 머물 곳을 찾아 나섰다고 전해진다. 핼로윈에 어린이들이 들고 다니는 호박초롱을 ‘잭-오-랜턴’(Jack-O’-Lantern)이라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전설에서 연유한다.
핼로윈을 앞두고 자녀들을 위해 마켓에서 가면, 귀신 옷 등을 고르는 부모들도 잭 노인처럼 마음이 산란하다. 이웃에게 못되게 굴어서 그런 게 아니라 테러 공포 때문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해가 지면 문밖에 나가지 못하도록 할 작정이다" "캔디를 얻으려 가가호호 방문하는 대신 저녁에 외식하고 영화구경 가는 것으로 대체하겠다" "아이들이 받아오는 캔디를 통째로 버리고, 안심할 수 있는 캔디 샵에서 미리 사놓은 캔디를 주겠다" "한번도 아이들을 따라 나서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상황이 다르다" 부모의 마음이 이렇듯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핼로윈의 흥을 깨기도 곤란하다. 한인타운에 사는 한 부모는 "타운 인근의 좋은 동네로 차를 타고 가 ‘트릭-오-트릿’을 할 생각"이라고 말하고는 "테러 우려 때문에 축제 분위기가 망가지면 아이들도 테러의 희생자가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옥 불덩어리를 넣은 ‘잭-오-랜턴’이 잭 영감에게 위안을 주었듯이 핼로윈 호박초롱이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으면 한다. 테러 공포는 어른들이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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